[me] 혼자 남은 쿠바의 전설…네 명 몫의 열정을 노래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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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이 된 이브라힘 페레(左). 루벤 곤살레스와 함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노인들이 있었다. 쿠바 음악을 대표하는 뮤지션 집단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BVSC)'. 이들의 음악과 인생은 빔 벤더스 감독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전 세계인의 감성에 파문을 일으켰다. 영화에 등장했던 백전노장들은 그러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고 고쳐 말하는 듯 낙엽처럼 스러져갔다. 이제 영화에 나왔던 원년 멤버 네 명 중 남은 건 팀의 홍일점 오마라 포르투온도(75)뿐이다. 다음달 5일, 밴드를 이끌고 내한 공연을 여는 그녀를 e-메일로 먼저 만났다(1544-1555).

-2001년에 이어 다시 한국에 오게 된 소감은.

"매우 행복하다. 팬들로부터 받았던 사랑을 항상 느끼고 있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나는 기분이다."

-지난번 공연에서 '섹시'하다는 찬사를 들었다. 섹시한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비결은.

"가급적 많이 웃으며 인생을 살고 있다. 정신적으로 항상 젊은 것이 내가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섹시하다는 말을 해줘서 고맙다."

-2003년 콤파이 세군도와 루벤 곤살레스가 세상을 등진 데 이어 지난 여름, 보컬 이브라힘 페레가 78년 인생에 종지부를 찍었다. 상심이 컸을 것 같다.

빔 벤더스 감독 "부에나 비스타…" 앙코르 상영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10월 7일부터 13일까지 1주일간 씨네큐브에서 특별 앙코르 상영된다. ㈜영화사 백두대간은 "이 작품은 관객들의 재개봉 요청 1순위로 마침 관련 공연이 잇따라 열려 재개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제는 고인이 된, 루벤 곤살레스(1919~2003), 콤파이 세군도(1907~2003), 이브라힘 페레(1927~2005) 등 쿠바의 전설적인 음악인들이 전하는 인생의 깊은 맛을 스크린으로 음미할 수 있다. 104분. 전체 관람가.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이브라힘 페레의 곁에 있을 수 있었다는 사실은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의 목소리는 아마 다른 어느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할 것이다. 딱히 표현할 단어를 찾기 어려울 만큼 좋은 사람이었다. 소중한 친구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친구들의 죽음으로 우리가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깊은 슬픔에 빠지곤 했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적 재능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운아다. 그들과 우정을 쌓고 무대 위에서 많은 순간 함께할 수 있었던 게 감사하다.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나이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는 열정으로 깊은 감동을 줬는데.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연연해 본 적은 없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느끼는 열정이 더욱 그럴 수 있게 한 것 같다. 루벤이 일어나서 연주를 계속하고, 이브라힘이 그만의 독특한 댄스 스텝을 보여주었을 때를 기억해야 한다. 노래하고 연주하는 기쁨에는 나이가 없다."

-그래도 젊은 시절과 지금, 그리고 미래에 음악을 하는 느낌은 다를 것 같다.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는 변화 속에 있는 게 바로 인생이다. 어리고 에너지가 넘쳐날 때 우리는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여유로워지고 자신과 세상에 대해 더욱 진실해지는 것 같다. 음악도 마찬가지로 변한다. 미래의 나는 아마 지금 이 순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을 느끼며 더욱 진실한 노래를 하고 있지 않을까."

-쿠바 음악의 매력을 꼽자면.

"열정."

-이번 공연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브라질의 프로듀서 Ale Siqueira와 작업한 새 앨범 'Flore de Amor'를 중심으로 들려줄 예정이다."

-한국 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팬은 노래하고 투어를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가장 소중한 존재다. 지난번 한국 공연에서 수많은 팬을 보고 매우 놀랐다. 또, 그들이 내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걸 보고 다시 한번 놀랐다. 정말 감동적이었다. 음악에는 국경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 아닐까."

이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