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과열…험악해지는 구장|삼미-해태전 장명부의 "위협구"로 난투위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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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인천=조이권기자】프로야구의 승부의식이 지나치게 과열, 빈볼(위협구) 시비속에 감독이 퇴장당하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등 살벌해지고 있다.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12일의 삼미-해태의 인천경기에서는 삼미 장명부투수의 볼이 빈볼이라는 시비끝에 김응룡 해태감독이 퇴장당하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고 말았다. 한국프로야구에서 감독이 퇴장당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심판의 자질문제와 함께 앞으로 프로야구의 발전에 큰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날 사건은 해태가 4-0으로 뒤지던 8회초 1사2루에서 해태의 공격때 일어났다. 해태 3번 김준환을 타석에 두고 삼미 장명부가 던진 높은 초구가 김준환의 머리부분으로 위험스럽게 지나면서 벌어진 것. 김준환은 재빨리 몸을 피해 무사했으나 해태선수들은 장이 고의로 빈볼을 던졌다고 주장, 그라운드로 몰려나갔고 삼미선수들도 그라운드로 나가 편싸움 일보직전에서 심판들의 만류로 10분만에 혼란은 수습됐다.
경기가 험악한 분위기에 이르자 이일복주심은 김진영 삼미감독과 김응룡 해태감독을 그라운드로 불러 다시는 이같은 사태가 없이 페어플레이로 경기를 해나가자고 화해를 종용하려 했다. 그러나 김감독이 이주심의 요구에 계속 불응하자 격렬한 언쟁끝에 이주심이 성급하게 김감독에게 퇴장을 선언해 버렸다.
지나치게 권위를 내세운 주심과 무리한 고집으로 맞선 김감독의 태도가 마찰, 퇴장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이 불상사로 경기가 20여분간 중단되었으며 이에 앞서 양팀은 지나지게 승부를 의식, 위험한 주루플레이로 험악한 분위기가 계속됐었다. 특히 6회말 삼미공격때에는 해태2루수 양승호가 1루에서 2루로 뛰던 삼미 양승관과 부딪쳐 부상, 우측다리에 압박붕대를 감고 나오기도 했다. 사실 이것이 이날 불상사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이다.
경기가 끝난후 삼미 장명부투수는 『절대로 고의로 그런볼을 던진 것이 아니다. 앞타석에서도 김준환을 슈트볼로써 범타로 처리했기 때문에 슈트볼을 던지려고 한것이 볼이 손에서 빠져서 그렇게 됐다』면서 『경기가 8회초인데다 주자가 2루에 있어 완봉승을 올릴 생각이었기 때문에 무리한 투구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태선수들은 장명부가 일본프로야구에서도 빈볼에 가까운 볼을 많이 던진 악명높은 투수였음을 지적, 이날도 고의성이 있었다며 시비가 일어났다.
장명부는 이날 경기에서 3회초 해태1번 김일권에게 사구를 던져 작은 시비가 일어났으며 이날까지 가장 많은 9개의 사구를 기록하고 있다. 장명부는 지난 8일 잠실의 대MBC전에서 심판의 투구판정에 불만을 품고 글러브를 그라운드에 내던지는 등 좋지않은 매너를 보였고 이날 경기에 앞서 사과하는 의미에서 관중들에게 10개의 글러브를 선사하기도 했었다.
빈볼은 투수가 고의로 타자의 머리부분을 겨냥하여 던지는 위험한 볼로서 반칙투구다. 야구규칙(8·02의 D)에는 주심이 투수가 빈볼을 던졌다고 판단될때는 투수와 감독에게 다시 이와같은 볼을 던지면 퇴장시킨다는 경고를 한후 다시 빈볼을 던지면 퇴장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한국야구위원회(KBO) 벌칙내규에는 감독·코치 또는 선수가 심판에게 심한 욕설을 하거나 폭언을 해서 퇴장당하면 3만원의 벌금이나 3게임 출장정지를 당하게 된다. (4장)따라서 김감독은 이 규정에 의해 KBO상비위원회결정에 따라 제재를 받게된다.
프로야구개막이래 가장 큰 불상사는 작년 8월26일 MBC-삼성의 대구경기에서 백인천 MBC감독이 심판판정에 불복, 경기를 보이코트해 몰수게임이 선언돼 MBC는 1백50만원의 벌금을 물고 입장객에게 되돌려준 1천만원의 입장수입도 판상한바 있다.
이날 경기에서 삼미는 장명부가 해태타선을 산발 7안타2실점으로 막으며 완투, 4-2로 이겨 13승9패로 선두 해태를 반게임차로 추격하고 있다. 해태 4번지명타자 김봉연은 8회초 좌월투런홈런을 날려 홈런8개로 롯데 김용희와 홈런더비 공동1위를 기록했고 타점 22개로 l위를 마크했다.
삼미 장명부는 이날의 승리로 12게임에 등판하여 10게임을 완투하면서 8승1세이브3패를 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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