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질환|전신성 홍반성낭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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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 인체는 태어날때부터 자신의 모든 장기나 조직세포들이 자신의 것임을 인식한다. 또 다른 사람이나 동물의 세포가 체내에 들어오면 자신의 것과 다른점을 감별하여 이를 거부하고 파괴하는 능력을 갖고있다.
이러한 「자기인식」이라는 면역작용 때문에 인체의 각조직은 평생 서로 거부하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할수 있다. 장기이식이 쉽게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인체의 면역작용 때문이다.
아직 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떤 원인으로 자신의 특징, 장기나 조직에 대한 항체가 체내에 생겨서 자신의 장기나 조직을 알아보지 못하고 파괴하여 질병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질환은 「자가면역성질환」이라하며, 어떤 기관에 대한 항체가 생기느냐에 따라 그 장기의 질환으로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면 적혈구에 대한 항체가 생기면 용혈성빈혈, 피부와 근육에 대한 항체가 생기면 피부근염 등 많은 질환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여기 소개되는 전신성홍반성낭창은 이들중에 가장 대표적인 질환일뿐 아니라 다른 질환들과는 달리 어떤 특정장기만을 침범하지 않고 인체의 거의 모든 장기를 파괴시킬수 있고 더욱 어떤때는 어느 한 장기의 병변을 일으켰다 사라지고, 다음에는 다른 기관을 침범하는 등 게릴라처럼 수시로 그 증세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즉 이 질환의 특성은 그 증상이 너무 다양하고 수시로 변화하는 점이라 할수 있다. 이렇게 일관성이 없는 특성때문에 환자나 의사도 이 질환을 항상 의식하고있지 않으면 진단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필자의 경험으로도 많은 환자들이 신경증·노이로제 등의 진단을 받고 방황하는 예가 드물지 않은듯하다.
물론 전형적인 경우에는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 있다. 가장 흔한 증상은 관절통이나 관절염이고 얼굴에 나비모양의 발진이 생기고 신장염이 나타난다. 반면 어떤 경우에는 뇌를 침범해서 정신증상으로 나타나고, 때로는 열만 날수도 있고 심장질환·빈혈·출혈·복통 등이 교대로 나타나 그야말로 환자자신이나 주위의 사람들도 이해하기 힘든 양상을 보인다.
또 이 환자들은 햇빛을 쬔후에 증세가 악화되는 특이한 특성을 갖고있다.
이러한 여러가지 특성 때문에 어떤 환자는 정신과를 찾고 온천을 찾는가 하면 단순한 관절염으로만 치료하는 환자, 심장병으로만 믿고있는 환자 등 환자들의 「신앙」 역시 다양하다. 그러나 이 질환의 예후는 신장의 상태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바 다른 장기와는 달리 신장은 일단 침범되면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않는한 계속적으로 병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질환의 진단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이 질병에 대한 의심이고 혈액검사로 확진이 가능하다. 치료는 약물요법이며 여러가지 약제를 상태에 따라 조절해야 하며 부작용이 많은 약이기 때문에 전문의의 철저한 감시하에 치료하게 된다.
김경석 <제일병원 내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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