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이미 여러 차례 사의 표명" 내달 취임 2주년 맞아 교체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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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신년회견에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관련, “청와대 들어올 때도 ‘(김 실장이) 다른 욕심이 있겠느냐’며 제가 요청을 하니까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 하고 왔기 때문에 전혀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미 여러 차례 사의 표명도 했다”고 말했다. “가정에서도 참 어려운 일이 있지만 자리에 연연할 이유도 없이 옆에서 도와주셨다”고도 했다.

 주목되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사의 표명도 했다”는 부분이다. 김 실장을 최대한 예우하는 말을 했지만 ‘사의 표명’을 여러 번 했다는 사실이 공개돼버렸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 실장에 대해선 문건 파문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적절치 않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그래서 특보단 신설을 포함한 조직개편 카드가 나온 것이고 조직개편에는 당연히 인적 쇄신이 담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적 쇄신에는 김 실장의 거취도 포함될 것”이라며 “야당의 인적 쇄신 요구를 우회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체 시점은 다음달 취임 2주년을 맞아 이뤄질 것이란 얘기가 나오지만 조직개편의 속도에 따라 앞당겨질 수도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이재만 총무, 정호성 제1부속, 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에 대해선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세 비서관이 묵묵히 고생하며 자기 맡은 일 열심히 하고 그런 비리가 없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이번에 대대적으로 다 뒤집는 바람에 ‘진짜 없구나’ 하는 걸 나도 확인했다”며 “그런 비서관을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치거나 그만두게 하면 누가 내 옆에서 일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아무도 그런 상황이라면 저를 도와서 일을 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청와대 조직개편을 통해 세 비서관에 대한 보직 이동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세 비서관의 잘못은 없지만 청와대 분위기 일신과 야당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김 실장 명예퇴진과 세 비서관의 업무 조정이 박 대통령의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한 답안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내각 개편과 관련해선 “(공석인) 해양수산부라든가 꼭 개각을 해야 될 필요성이 있는 데를 중심으로 해서 검토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당장 국회에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비롯해 주요 현안이 쌓여 있음을 감안해 이완구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인사들을 입각시키기엔 무리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교체설이 나돌았던 정홍원 국무총리는 당분간 유임될 전망이다.

 ‘지난 대선에서 공약한 대탕평 인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박 대통령은 “ 누구보다도 능력 있고 도덕성에 있어서도 국민들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는 그런 인재를 찾는 데 있어 저만큼 관심이 많은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 그런 말씀을 하실 정도로 뭔가 편차라든가, 이런 게 생겼다고 하면 다시 한번 전체적으로 검토를 하고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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