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까지 먹다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선 식품 운동 휴양 정신적 안정의 네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역시 그중에도 식품이 첫손에 꼽히고 있는데 평상시에는 약4백종, 비상시나 전시에는 1천종가량으로 늘어나게 되어있다. 평상시에는 먹지 않던 식품을 비상시에는 찾게되며 그래서 구황식품이라 불러왔다.
그런데 요즘 보면 비상시가 아닌데도 지렁이 굼벵이 뱀등이 강장보양식품으로 그 지위를 굳혀가고 있다.
인간이 건강한 생활을 하며, 정상적인 활동을 계속하고 우수한 자손을 남겨서 미래의 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열량원과 영양원으로 섭취할 수 있는 자연계의 물질이 식품이다.
과학적인 분석은 좋지 못한 식품의 섭취가 건강을 해치며 괴상한 병을 생기게 하고, 암을 유발하게 하는 것으로 지적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건강식품이나 강장식품만이 건강유지나 스태미너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고, 다른 식품은 그런 효과가 없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식품회사가가 많아졌다.
과학시대에 살고있는 현대인이 식생활면에서 전근대적 사고를 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단백질 당질 지방 무기질 비타민의 균형없이 건강을 바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보신탕이다, 토룡이다, 코브라, 굼벵이 하는식으로 특정한 것만이 건강과 강장효과가 큰 것으로 믿고 있다.
이러한 강정식품이란 것을 보면 대부분이 단백질성 식품에 해당하는 것들임을 알수있다.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는 수분을 빼고는 대부분이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효소 호르몬항체등도 단백질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으므로 가장 중요한 영양소로 손꼽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단백질부족의 식생활을 해온 나라나 지방마다 전래되어온 강정식품의 대부분이 단백성 식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허리가 아프거나, 성인병에 걸린 사람도 그런 것을 먹으면 효과가 큰 것으로 민간요법으로 구전되어 오기도 했다.
최근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성인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복고풍이 불어 영양부족시대에 찾던 민간요법에 기대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진 것이다.
건강이나 강정이란 균형있는 영양공급과 신진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데서 성립되는 것은 확고부동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두가지 식품에 의존하고 그 신비성을 믿는다는 것은 사실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식생활이 좋지않으면 건강을 해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식생활과 관계가 있는 질병도 매우 많다. 오랫동안 식생활의 잘못으로 생기는 병으로 알려져 있는 것에 당뇨병 신장병 동맥경화증 고혈압 저혈압 심장병 위장병 뇌일혈 뇌졸증 위암등이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평균수명도 해마다 늘고 있어 1910년에 28세 이던 것이 1945년에 43세로 늘었고, 요즘은 70세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것은 유아사망률이 낮아진데다 의료기술의 향상과 생활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영양상태가 좋아지면서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커져 질병에 걸리지않게 되었으며 질병에 걸렸다해도 병을 가볍게 치르거나 빨리 회복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와같은 사실을 뒷받침하는 연구보고가 많은데, 한가지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영양상태가 나빠지면 혈액속에서의 살균작용이 약화되기 때문에 여러가지 전염병에 걸리기 쉽게 된다고 한다.
보는 식보가 제일이라는 말이있고, 그 「식」은 한 두가지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식」이란 한자는 참 잘 만들어진 글자다. 사람이 먹는 음식이란 두가지 면을 충족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첫째는 인변에 양이 식인데 사람에게 좋은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사람에게 좋은 것이란 식품영양학의 발달로 과학적으로 밝혀지게 되었다. 즉 영양소가 그것이다. 그렇다고 영양소의 공급만 충분히 하면 건강해지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인체는 신진대사에 의해 만들어진 배설물의 처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되므로 영양가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던 섬유펙틴 알긴산등도 적절히 먹어야 한다.
둘째는 인생에 있어 가장 즐거운 때가 음식을 먹을 때라는 뜻이다. 음식은 저마다 고유한 맛과 향기가 있어 영양의 공급도 중요하지만 먹는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한다.
같은 음식이라도 기분 좋게 먹은 쪽은 건강이 좋고 평균 수명도 긴데, 스트레스를 받은쪽은 그렇지 못한 것이 동물실험 결과 밝혀졌다.
식품이란 이와같이 영양 안전성, 그리고 기호성을 갗추어야 한다. 특별한 질병의 치료를 위해 먹는것은 식품이 아니라 약품인 것이다.
정상적인 균형있는 식사 정상적인 활동을 할수 있는 사람들이 특정식품만 찾는다는 것은 어딘가 본말이 전도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약력> ▲1924년생 ▲서울대농대 농화학과 졸업(1952) ▲충북대 한양대교수(1952∼69) ▲고려대농대 식품공학과교수(1970∼) ▲한국식품과학회 회장 ▲농학박사(1968)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