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보다는 과시위한 청중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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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음악회에 청중이 들지 않는다. 경기는 좀 나아졌다고 하는데도 음악회 주최측은 공연이 있을 때마다 텅텅 빈 객석을 메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따라서 해외연주자 초청 음악회등을 주최해온 각 신문사나 음악사무소등은 80년대이후 최악의 고전상태를 면치못해 활동이 위축되어 있다.
최근에 들어와 전문적인 음악회 주관단체가 주최한 상당한 수준급의 음악회라도 정상적인 매표율은 30%정도 세계적인 1급 교향악단의 경우도 50%정도밖에 안되는 부진상태를 기록하고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관계자들이 우선 꼽는것이 한국음악 청중의 폭이 지극히 좁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음악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세계적인 ○○악단 내한연주회에 갔었다』는 다분히 정신적 허영심을 위한 청중이 동원되는 음악회라야 그런대로 매표실적을 올릴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청중일수록 경기변동등에 따라 넘나들음이 심하고, 당연히 명성 위주로 이른바 세계적, 국내최고의 연주가나 연주단체만을 골라가고 따라서 명성보다 연주실력이 뛰어난 음악가들의 연주회는 외면당하고 만다.
다음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연주회를 주관하는 데 불리한 제반 여건. 해외연주단체를 초청, 연주회를 갖는 경우 경비의 30%를 지원하는 등 정부지원이 막대한 자유중국 필리핀등에 비교할 때 한국은 각종 공과금 세금등의 비용이 엄청나다.
팔린 입장권 총액의 8.5%의 문예진흥기금, 10%의 부가가치세, 그 위에 공연세가 추가된다. 공연세는 개런티의 20%인데 보통 4∼5%인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높아 한국공연의 경우 외국연주단체들은 주최측 부담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는 입장권에 포함되어 입장료가 비싸져서 청중을 줄이는 원인이 된다.
예로 외국악단의 경우 입장료가 3만원이 넘는 것은 너무 비싸다고 아니할 수 없다. 비단 오늘날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음악회를 갖는 음악인들이나 주최측의 성의없는 저수공연도 청중을 모으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국제문화회 대표 김룡현씨는 말한다. 고도의 예술성을 추구하는 전문화된 음악회보다는 실적과 경력위주의 공연이 너무 많다는 것이 우리 음악회의 풍토를 흐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페라공연의 경우 공연의 질보다는 표팔기를 우선 염두에 둔 불필요한 출연진의 다수등용, 오페라가 종합예술임을 망각한 수준미달의 교향악단과 무용단의 기용, 싸구려에 날림인 무대장치와 의상등이 저질오폐라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주최측의 문제지만 공연자체 보다는 지나칠 정도로 출연료에 관심이 큰 성악가와 연주가들에게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고 김씨는 말한다.
대부분의 개인연주회가 예술을 위한 음악회가 아니라 경력을 위한 음악회이기 때문에 음악가 스스로가 입장권을 파는데는 관심이 없고 선후배, 친척, 친지들에게 초대권을 남발하여 객석이나 채우고 보자는 식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정작 음악을 들으러 모처럼 찾은 사람들에게는 연주수준이나 연주장 분위기가 실망만을 안겨주는 경우도 종종있다. 또 음악회는 『공짜 초대권으로 가는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일반들에게 심어주는 결과가 되기도한다.
한편 주최측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동원된 학생들, 특히 단체관람의 중 고등학생들은 전혀 음악회장의 매너등의 오리엔테이션이 되어 있지 않아 연주장 분위기를 크게 해치는 경우가 있다. 지난 3월말 오페라 공연장에서 휘파람을 불고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등의 해프닝이 그한 예라고 할수 있다.
성악가 김면희씨는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부동산투기등 금전 만능위주로만 계속 치닫고 있는것도 한가하게 여유를 갖고 옴악회를 찾을수 없게 하는것 같다고 얘기한다.
이러한 여러가지 원인은 근본적으로 당국의 문화정책 부재에 귀결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국립오페라단마저 전속의 반주 교향악단조차 없는 현실. 입으로는 문화중흥을 얘기하면서도 음악단체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보다는 겉치레위주의 행사에 치중하는 것등은 이제 없어져야 할 때다.<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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