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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독일과 일본의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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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춘식 사진부 기자

1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통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 분단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의 웅장한 자태는 10년 전과 다름없다. 그러나 과거 '죽음의 땅'이었던 베를린 심장부는 그야말로 상전벽해로 변했다. 소니와 다임러 크라이슬러 본사가 들어선 포츠담 광장은 베를린 최고의 번화가로 바뀌었다. 여기서 브란덴부르크문까지는 각종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이 공사가 다 끝나려면 몇십 년 더 걸린다는 게 베를린 사람들의 설명이다.

베를린 심장부의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는 크레인 사이에 정말 의미 있는 공사 현장을 발견했다. 유대인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홀로코스트 추모비'건립 현장이다. 브란덴부르크문 바로 옆인 이 자리는 19세기 말까지 독일 제국의 왕실 시설이 있었다. 나치 시절에는 선전상 괴벨스의 지하 벙커였고, 히틀러의 지하 벙커도 이 근처에 있었다. 말하자면 독일 권력의 핵심이 있었던 자리다. 바로 이 자리에 독일인들은 '반성의 상징'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과거사에 대한 독일인들의 반성은 익히 알려진 대로다. 1970년 12월 당시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폴란드의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를 방문해 무릎을 꿇었다. 그 어떤 말보다도 강력한 사죄의 몸짓이었다. 이뿐이 아니다. 독일에서 '아우슈비츠는 없었다'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최고 5년의 징역형에 처한다. 유대인 수용시설을 박물관으로 만들어 학생들에게 나치의 죄상을 낱낱이 교육하고 있다. 다음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서다. 히틀러의 이름인 '아돌프'는 아예 독일 사회에서 사라졌다. 이처럼 철저한 독일인들의 과거 반성을 현장에서 보면서 은근히 울화가 치민다. 역사 왜곡에 독도 문제까지 의도적으로 들고 나오는 일본인들 때문이다. 과연 그들은 언제 독일인들처럼 철이 들려나.

산타야나의 저 유명한 경구가 생각난다. "과거를 잊는 사람은 과거를 반복하는 벌을 받는다."

김춘식 사진부 기자 <베를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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