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과당이 설탕보다 더 나쁘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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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상과당은 설탕보다 더 나쁠까? 지난 8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는 ‘액상과당(HFCS)의 오해와 진실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에서는 국민들에게 오해를 받고 있는 액상과당의 진실과 오해에 대해서 각분야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중앙대 식품공학과 정명섭 교수는 “소비자들은 액상과당(HFCS)과 과당ㆍ설탕의 차이를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며 “액상과당이란 명칭 때문에 액상과당을 100% 과당으로 오인하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액상과당은 과당(55%)ㆍ포도당(40%)ㆍ맥아당 등(5%)으로 구성된 감미료다. 구성 성분에서 설탕(과당50%+포도당 50%)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 따라서 소비자의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액상당ㆍ혼합당 등으로 용어를 바꿀 것을 정 교수는 제안했다.

액상과당이 설탕보다 단 맛이 강해 설탕을 대체하고 있다는 속설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설탕의 감미도를 1로 잡았을 때 과일에 든 (순수) 과당은 1.5로 더 달지만 액상과당은 0.77로 오히려 설탕보다 덜 달다”고 말했다.

유통 중인 대다수 액상과당엔 설탕보다 과당이 약간 더 들어 있지만 그 차이는 미미하고 오히려 과당(42%)이 설탕보다 적게 든 액상과당도 있다는 것.

정 교수는 또 “설탕이나 액상과당 모두 과다 섭취하면 충치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전제한 뒤“충치 예방을 위해선 설탕이나 액상과당의 함량에 신경 쓰기보다 치아 사이에 끼는 식품을 섭취한 뒤 바로 칫솔질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액상과당이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는 일부의 걱정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액상과당을 생산하는 도중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단백질 성분(옥수수 단백질)이 대부분 제거된다”며 “액상과당이 알레르기를 유발한다는 연구보고도 없다”고 말했다.

액상과당이 비만ㆍ당뇨병ㆍ고지혈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일부 우려에 대해서도 정 교수는“사실 무근이거나 (순수) 과당을 이용해 실시한 연구결과를 과당이 아닌 액상과당 탓으로 확대 해석한 결과”라고 전했다.

과다섭취하지 않는 한 액상과당은 비만과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미국 메릴랜드 대학 리처드 포쉬 교수팀 등의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포쉬 교수는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액상과당 자체가 과체중과 비만의 원인이란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2007년 발표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최창진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최 교수는 “355명의 비만 환자에게 설탕 또는 액상과당을 10주간 제공해본 연구결과가 올해 미국에서 발표됐다”며 “설탕을 섭취한 사람들과 액상과당을 먹은 사람 사이에서 혈압ㆍ인슐린 분비량ㆍ식욕 조절 호르몬 분비량ㆍ간이나 근육의 지방 함량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고 소개했다.

또 “액상과당이 비만과 특별한 관련성이 없으며 액상과당 등 첨가당으로 인한 당뇨병 발병 위험은 직접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의 연구결과, 액상과당이 설탕 등 다른 종류의 첨가당에 비해 건강에 더 해롭다는 증거는 불충분하다는 것.

배제대 가정교육과 김정현 교수도 “액상과당이 설탕보다 더 나쁘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두 영양소 모두 과량섭취 시 위험할 뿐, 적당량에서는 우리 몸의 유용한 영양소”라고 말했다.
패널로 참석한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과당은 간에서 대사가 이뤄지므로 다량의 과당을 6개월 이상 섭취하면 지방간이나 지방간염이 생길 수 있다”며 “이는 설탕이나 액상과당 등 과당이 포함된 감미료에 모두 해당하는 얘기”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설탕ㆍ액상과당 등 첨가당의 과다 섭취가 비만ㆍ지방간ㆍ고지혈증 등 건강에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데는 모두 같은 의견이었다.

정 교수는 “설탕이나 액상과당 섭취가 혈중 콜레스테롤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적당한 섭취량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액상과당도 결국은 ‘양의 문제’라는 데 대부분 동의했다. 그렇다면 액상과당을 어느 정도까지 먹는 것이 적당할까?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총 섭취열량의 10% 이내로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영양안전정책과 이혜영 연구관은 “액상과당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밝힌 연구들은 주로 미국에서 나온 것이다. 아직 우리 국민 대상 연구는 미흡한 게 사실이지만 현재 연구를 진행중”이라며 “앞으로 국내 연구들을 바탕으로 한국인에게 적절한 첨가당 권장량을 설정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액상과당오해와진실

정 보

판단

이 유

액상과당은 설탕보다 나쁘다

오해

적당량 섭취시 나쁘지 않으며, 과잉 섭취시 액상과당과 설탕 모두 나쁘다.

액상과당은 설탕보다 더 달다

오해

덜 달다. 설탕의 감미도를 ‘1’로 할 때 액상과당은 ‘0.77’

액상과당은 비만과 당뇨병을 유발한다

오해

비만은 에너지 불균형의 문제이며, 원인이 복합적이다. 단일성분의 탓을 할 수 없으며, 어떤 음식이든지 많이 먹으면 비만의 원인이 된다.

액상과당엔 과당이 많다

오해

액상과당은 과당이 55% 또는 42%로 구성되며 설탕은 과당이 50%로 구성된다. 설탕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액상과당은 충치를 유발한다

진실

치아에 대한 악영향은 설탕도 마찬가지

액상과당이 든 음료를 즐겨 마시면 혈중중성지방과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간다

오해

몇몇 연구에서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있으나 정상수준이었고, 일부 연구에서는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액상과당은 식품교역에서

까다로운 EU(유럽연합)에도 수출된다

진실

EU 국가들이 자국의 설탕 생산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액상과당을 포함한 여러 감미료에 대해 수입 쿼터제를 실시한 것이지, 액상과당의 수입을 금지시킨 것이 아니다.

액상과당이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다

진실

식품 알레르기는 단백질에 의해 발생. 액상과당은 생산 중 옥수수 단백질이 대부분 제거되며, 액상과당이 알레르기 유발한다는 보고도 없다.

액상과당은 HFCS,콘시럽 등 다양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

진실

그러나 관련 용어 정리가 필요하다

액상과당은 중독성이 있다

오해

일부 사람들은 단맛이 중독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 액상과당과 설탕은 구성 성분이나 대사과정에 차이가 없으므로 설탕이 중독 물질이 아니라면 액상과당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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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 기자 jybae@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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