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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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상품의 수출경쟁력이 주요 경쟁 강대국인 대만·싱가포르에 비해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한국산업경제기술연구원 (KIET)이 분석한 「한·일캙대·성의 수출 경쟁력비교」에 따르면 우리상품의 경쟁력악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어서 다시 한번 그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게끔 하고있다.
KIET의 분석결과를 보면 한국은 70년대 후반 이후, 물가·임금수준 등 대표적인 경쟁력비교지표의 상승으로 주요경쟁 상대국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다.
도매물가의 경우 75년부터 82년9월까지 한국은 2·9배 상승했으나 일본은 1·4배, 대만은 1·6배, 싱가포르는 1·5배에 그쳐 수출단가지수 (달러화표시)로 본 수출가격이 한국 1·7배 대 상대국 평균 1·6배로 나타났다.
임금코스트는 같은 기간 중 한국은1·9배가 올라갔는데 대만 1·4배, 싱가포르 1·3배였으며 일본은 마이너스 14% 였다고 한다.
이 분석은 일본을 제의한 기타 경쟁국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수출상품을 점차 중화학 제품 쪽으로 옮겨가고 있으므로 비교적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선박·철강제품·전기제품을 전략상품으로 적극 개발하는 한편 섬유류 제품의 경쟁력강화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자료는 주로 가격경쟁력을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우리는 이 기회에 전반적인 수출경쟁력을 점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은 수출의 증가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경쟁력은 가격경쟁력과 비가격경쟁력으로 대별되는데 가격경쟁력은 이미 KIET분석이 그 줄거리를 설명하고 있다.
가격경쟁력은 결국 국내물가의 안정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인 데, 우리의 물가가 작년이래 안정기조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경쟁국보다는 높은 수준에 있는 것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특히 원유가하락 이후 일·대만 등은 즉시 석유가격 인하를 우리보다 앞당겨 큰 폭으로 시행하여 에너지가격의 하락을 기하고 있다.
임금 상승율도 우리보다 낮은 선에서 결정되고 있다.
말하자면 원유가격의 하락이라는 좋은 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물가안정을 촉진하고 그 영향으로 임금상승억제도 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에너지가격, 임금상승폭의 둔화는 그대로 가격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비가격경쟁력 면에서도 그들은 우리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수출금리가 우리의 10%보다 낮은 선에 있는 등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는 점진적인 수입개방 정책을 펴서 상품의 품질개선에 자극을 주려하고 있으나 그 효과는 단기간에 거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부 수출업계는 관세정책의 전환으로 기초원료에 대한 관세부과가 실현될 때 오히려 수출경쟁력이 저하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따라서 금리·세제면에서 수출지원정책이 후퇴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수출이 증가되고 있다는 추세에 만족하여 80년대 이후 대폭 둔화되고 있는 수출증가율의 의미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면 그것은 중대한 판단착오다.
수출의 지속적 증가를 위한 수출지원책의 재검토가 있어야할 시점이다.
세계무역환경이 악화되면 될수록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더 한층 깊고 광범위하게 강구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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