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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명분을 찾기 힘든 정동영의 야당 탈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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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이 11일 탈당을 선언한 것은 명분을 찾기 힘든 실망스러운 행동이다. 정 고문은 탈당의 변으로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을 따라 하며 야당성마저 사라져 정권교체의 희망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했다. 궁색한 논리다. 함께 탈당을 고려해온 인사들조차 "운동권적 강경론으로 가면 집권이 더 어려워진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정 고문의 탈당은 2·8 전당대회에서 문재인·박지원 의원 중 한 명이 당권을 차지할 게 분명하니 미리 탈당한 뒤 불만세력을 규합해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보는 게 더 설득력을 갖는다.

 정 고문은 2007년 대선에서 대통합신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참패한 뒤 지역구를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나섰다가 떨어지자 이듬해 4월 재·보선에서 고향 전주 덕진을 노렸다. 그러나 공천을 받지 못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손쉽게 당선됐다.

 이런 그가 2·8 전당대회 후보들의 첫 합동연설회 당일 네 번째로 탈당했다. 2007년 대선 한 달 전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회창 전 대표를 떠올리게 하는 행보다. 당 대표와 두 번의 대선 후보를 지낸 이회창은 “정권교체의 대의를 위해 당을 떠난 것”이라 했지만 민심은 ‘권력욕’으로 판단했다. 이 전 대표는 대선에서 3위에 머물렀고 그가 이끈 자유선진당은 5년도 안 돼 새누리당에 합병됐다.

 정 고문도 당 의장과 대선 후보를 지냈다. 정풍운동과 열린우리당 창당 등 정계의 판을 바꾸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선에서 500만 표라는 최대 표차로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데엔 본인의 책임도 크다. 탈당 대신 살신성인의 자세로 자신의 뿌리인 새정치연합의 혁신을 도모하는 게 옳다. 새정치연합도 대선 후보까지 지낸 중진을 품지 못한 배경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당이 계파싸움에 함몰돼 민심을 흡수하지 못한 게 탈당 배경은 아닌지, 제1 야당 전당대회보다 정 고문의 탈당이 화제가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성찰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