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95% 대출" 현수막 여전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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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아파트 시세의 95%까지 대출합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아파트단지에 나붙은 현수막 문구다. 대출업자에게 "시세가 8억원 선인 35평형 아파트를 사려는데 5억원을 빌리고 싶다. 가능한가"라고 묻자 "문제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업자는 "2금융권에서 돈을 빌려준다"며 "이자는 연 8.5~9.5%"라고 말했다.

강북 뉴타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는 최근 '특별 한시 상품'판매를 홍보하는 전단이 아파트 단지 게시판을 뒤덮고 있다.

정부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낮췄지만 보험사와 캐피털.새마을금고.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여전히 대출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중에 부동자금이 넘치는 데다 경기회복이 미진해 기업대출 수요가 별로 없어 금융권이 주택담보대출을 계속 공략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신협.새마을금고.상호금융 같은 신용협동기구는 2분기에 가계대출이 4조원 이상 늘어 전분기 증가액(약 5000억원)을 큰 폭으로 넘어섰다. 이는 같은 기간 보험사의 가계대출 증가액(3000억원대)보다 많은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대출한도 규정을 어기는 금융사들도 늘고 있다. D생명은 서울 강북에서 평형별로 25평 1억5600만원, 32평 2억6000만원, 43평 3억4000만원을 대출해주고 있다. 이는 시가의 70%에 달하는 금액이다. 금감원이 담보가액 6억원 이내 아파트에 대해 은행과 보험사의 담보대출 한도를 시가의 70%에서 60%로 강화했지만 일선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부 보험사는 전세보증금의 50~60%까지 대출하고 있다. 대출액 범위에서 자유롭게 돈을 찾고 넣을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 방식의 대출상품과 다른 금융회사의 대출을 갚고 새로운 대출로 갈아타는 대환대출도 지속되고 있다.

고객 유치를 위해 담보설정비를 면제해주는 금융사가 늘고 있다. 주택담보 대출이 대부분 변동금리 상품인 구조도 바뀌지 않고 있다.

금융연구원 이병윤 연구위원은 "집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개인들이 2금융권에서 추가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책 실효성을 높이려면 이들 금융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호.김준술 기자

*** 주택담보대출 금리 두달째 올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개월 연속 올랐다. 양도성예금증서(CD) 등 금융상품의 금리도 2개월째 오름세를 유지했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8월 가중평균금리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5.26%로 전달에 비해 0.08%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대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 6월 사상 최저 수준(연 5.13%)까지 떨어졌으나 7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7월부터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낮추자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폐지한 영향이 큰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가계의 이자 부담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전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220조원에 달했다.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CD 등 금융상품의 평균금리도 전달보다 0.04%포인트 오른 연 3.56%를 기록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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