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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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살인은 대체로 면식범행이다.따라서 평소 잘 아는 가족이나 친지 사이에서 많이 발생한다. 비록모르는 사람을 살해하는 「제부살인」도 있으나 살인의 원인이 배후 교사자에 있는 만큼 이것도 예외는 아니다.
뎬마크 「스발라스트가」교수의조사에 따르먼 살인피해자의 57%가 가족이고 31%가 지인,오직 12%만이 면식이 없는사람이었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를 전율케하는 음료수 독살사건은 도대체 무엇인가.
카바레에선 독극물이 든 유산균음료를 화장실에 놓아 그것을 마신 청년이 숨졌다. 또 한 병원에선 병원환자가 역시 독극물을 탄우유를 마시고 숨졌다.
카바레에서건 병원에서건 범인은적어도 두차례 이상 네차레씩 범행을 시도했다.이것이 동일범인의 소행인지는 아직 모른다.그러나 어느 누구를 목표로 하지·않은 살인이라는데 공통점이 있다.
이름하여「불특정 다수에 대한 동기없는 살인」,과연 그릴 수 있는 것일까.
범죄심리학에선 동기없는 살인은 정신분열증이나 착난증환자에게서만 볼수 있다. 따라서 이변 살인도 정신이상이나 이상심리의 소유자가한것인지도 모른다.물론범인이 잡혀봐야 알 일이지만.
그러나 대개 살인에는 선행단계가 있다. 언쟁, 불화, 감정의 격화, 원한등이다.섣불리 정신이상자의 소행으로 몰기에 앞서 상식에 근거한 추리가 필요할 것이다.
일단 피해자 주변에 윈한을 품은 사람이 없다면 카바레나 병원, 음료수 제조업 등에서「동기」를찾아야 하지않을까. 비록 불특정다수를 노렸다는 점은 수긍이 가나 동기가 없다는 데는 의문이 간다. 그가 정신이상이 아니라면 말이다.
하기야 외국에도 그런일은있었다.진통제에 독약을 섞은 미국의 티레놀사건도 있었고,공중전화박스에 독이 든 음료수를갖다놓은 일본의 경우도 있었다.
법죄의 심리적 원인을 설명하는 것으로 미국의「글레크」부항교수가 말하는 「특수한 성격에 의한 범죄」이론이 있다. 정신이상이 아닌데도 이런 사람들은 좌절감을 주는 상황에 대한 관용성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는 기도가 봉쇄됐을 때 느끼는 좌절감을 곧 정신전환하는 심리를 말한다.
통제와 규제가 심한 현대사회에서 이런 특수성격의 사람들이 늘어난다고도볼수 있다.
또범죄의사회적원인가운데 「비행하위문화이론」이 있다.
미국「A·코언」교수의 주장.
사회의 하위계층에 형성되는 비행이 곧 범죄의 원인이 된다는이론이다.
아뭏든 우리사회가 복잡다단해질수록 범죄의 유형도 실마리를 잡을 수 없이 미묘해진다. 범인 추적도 중요하지만 범죄심리에 관한과학적이고도 치밀한 연구가 필요한 사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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