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티’ 구조 탓 밀집 건물 타고 번져 … 진입로 막혀 초동진화 난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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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호 03면

10일 오전 9시27분. “오피스텔 건물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났다”는 다급한 목소리의 화재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전화를 건 사람은 불이 난 경기도 의정부시 평화로 대봉그린아파트에 벽을 맞대고 있는 해뜨는마을아파트 주민 황모(40)씨였다. 비슷한 시각, “폭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는다”는 여러 통의 화재신고가 119로 걸려오기 시작했다.

화재 피해 왜 커졌나

6분 뒤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현장이 큰길에서 50여m 떨어진 이면도로에 위치한 데다 건물 뒤편은 방음벽과 녹지를 사이에 두고 전철 선로가 있어 접근이 불가능했다. 화재 신고 6분 만에 소방관이 도착했는데도 인명 피해가 컸던 이유는 뭘까. 정확한 원인은 감식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현재로선 초기 진화 실패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처음 불이 난 대봉그린아파트는 2013년 주거용 오피스텔로 지어졌다. 당초 드림타운이란 이름으로 쌍둥이 형태의 10층 건물 두 채를 지었지만 불이 난 드림타운I이 대봉그린아파트로 이름을 바꿨다. 바로 옆 같은 모양의 드림타운II 오피스텔과 다른 이름을 갖게 된 이유다.

두 오피스텔 1층은 필로티 구조(벽면이 없이 기둥으로만 지탱하는 공간)로 돼 있다. 필로티 공간은 층수에서 제외돼 건축법상 높이 제한 규정을 피할 수 있어 최근 다세대주택이나 오피스텔 등에 널리 쓰이는 구조다.

대봉그린아파트 1층에서 발화된 불길은 금세 바람을 타고 주차장 전체를 태웠다. 주말에 입주민들이 세워놓은 차량이 불쏘시개가 됐다. 주차장을 집어삼킨 불길과 검은 연기는 오피스텔 계단을 통해 순식간에 건물 위까지 차올랐다.

종합비상대책본부에 따르면 해당 주차장에는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가 없었다. 현행 건축법시행령에선 건축물 내부 주차장, 혹은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필로티 구조는 바닥면적 합계가 200㎡ 이상일 때에만 소방설비를 의무화하도록 규정했다. 1층을 필로티 구조로 만들어 주차공간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다세대주택이나 소형 오피스텔은 주차장 소방설비를 갖추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건물 내부에도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건축법이 11층 이상 건물에 소방설비를 의무화하고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층수에서 제외되는 필로티 구조의 10층 오피스텔을 지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불이 번진 15층 해뜨는마을아파트는 스프링클러를 갖췄지만 외벽에 불이 붙어 일부만 작동했다.

1600㎡ 남짓한 좁은 면적에 높은 건물이 붙어 있었던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보인다. 10층짜리 쌍둥이 건물인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II는 당초 쌍둥이 건물로 지어져 사실상 맞붙어 있는 구조다. 해뜨는마을아파트는 전면에서 볼 때는 4층짜리 낡은 복합상가 건물을 사이에 두고 두 건물과 12m가량 떨어져 있지만, 후면은 맞닿아 있다. 대봉그린아파트에서 시작된 불길은 드림타운II를 거쳐, 외벽이 맞닿은 해뜨는마을아파트 기계식 주차장으로 번졌다. 화재 진압 전 가장 거센 불길이 일었던 곳도 드림타운I의 고층부와 해뜨는마을아파트의 주차장 외벽 부근이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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