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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D는 단순 퍼포먼스 아닌 창의적 공론 … 골목에서 시작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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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호 06면

개인이 갖는 자발적인 문제의식이 토의와 논쟁 과정을 거치면 공론이 됩니다. 이 공론은 실험적 실천을 통해 공적 관점에서 평가받게 됩니다. 공론 형성을 위한 창의적 소통이란 개인이 주목한 주변 문제의 본질적 해답이 사회 전체의 해법이 되도록 뜻을 모아가는 과정입니다.

이런 유형의 소통은 대중이 넘쳐나는 대로(大路)보다 오순도순 담소가 뒤섞인 골목 속에서 먼저 목격되는 소통이기도 합니다. 골목 속 작은 가게들은 실험적 도전을 통한 소통에 인색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창의적 콘텐트로 깜짝 놀랄 만한 부가가치를 창조해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 개인이 주인공이 돼 작은 캠페인을 전개해나갈 수 있는 장소 중 한 곳이 골목입니다. 실제 LOUD 프로젝트에 기꺼이 동참하고 실천해준 주체는 대부분이 골목 안 콘텐트 크리에이터들이었습니다.

가정이나 친구를 만나는 카페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공공 문제에 주목하고 실천하는 소통이 가능한 것도 이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소시민이 둥지를 틀고 소박한 일상이 가장 잘 투영된 골목은 공공 소통의 전초기지입니다.

창의력 전문가인 에릭 메이절(Eric Maisel)은 ‘일상이 창의적인 사람’이 되라고 강조합니다. 어떤 문제를 직관적으로 해결하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자세를 가지라는 얘기입니다. 그는 이를 ‘나름의 예술적 삶’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창의적인 사람이라는 암시를 주고 상상력과 생각을 멈추지 말며 자유와 자제력을 공존시켜 호기심을 갖고 문제를 바라보는 작은 변화를 주문했지요.

이런 변화는 우리 사회에서 커뮤니케이터가 부활함을 의미합니다. 커뮤니케이터의 부활이란 평등하고 자유로운 개인에 대한 자각이며 자기 주도적 콘텐트 생산을 위한 노동의 일상화를 말합니다. 대중문화 속에서 자아 상실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에게 시민화의 계기를 제공해주는 변화입니다.

이런 시도는 예술 영역에서 작가의 의도와 권위가 중시되는 문화에 도전하며 소통과 관계를 중시했던 스쾃(squat) 예술가들의 활동과도 유사합니다. 1960년대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확산한 그래피티(graffiti) 아트도 일상의 공간에 메시지를 태그(tag)함으로써 존재감을 드러냈지요. 부작용도 있었지만 그 시작점은 골목이었습니다. 그래피티는 기본적인 공공문제 공유와 시민 간 커뮤니케이션, 공동체 구성을 위한 역할을 수행했지요. 초창기 벽이라는 공간을 통해 소통을 도모했던 그래피티의 정신을 현시대에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어 온전한 세상 보기를 위한 일상의 소통 철학으로 발현시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LOUD 프로젝트도 일상에서 접하는 공간적 맥락에서 매체를 찾아보고 상식적 메시지를 투영시키는 직관적 설득을 시도했습니다. 수용자 입장에서 가장 유희적 표현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흥미 요소와 관심 제고를 위한 최소한의 정보를 담는 데 적합한 설득기법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실험적 소통이 단순히 골목 카페, 가정에서의 퍼포먼스가 아니라 자기 재현과 사회적 승인의 과정을 준비하는 공론화 과정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합니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중앙SUNDAY 콜라보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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