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색한 정부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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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해에 30만가구의 주택건설. 주택정책담당자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매력있는 숫자다.
부동산투기가 극에 달했던 지난 78년 건설된 주택수다. 건국이래 최대의 주택호황기 였다. 단숨에 주택공급문제가 해결되는 듯 싶었다.
그러나 8·8부동산투기억제대책이 나오자 79년의 주택건설가구수는 25만1천가구로 뚝 떨어졌다.·
그 이후 주택경기침체로 주택건설숫자는 80년 21만1천가구, 81년 14만9천가구로 계속 떨어지다가 82년에 19만l천가구로 다시 늘어났다. 82년에도 심한 부동산투기로 경찰·국세청 등이 수사에 나서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했다.
우리나라의 주택공급이 부동산투기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단적인 예다.
주택경기가 나빠지면 부랴부랴 경기부양책을 쓰고 과열되면 투기억제대책을 발표하는 식의 근시안적 주택협정을 써온 결과다.
현실에 입각한 장기주택정책이 없다는 얘기다. 책상에서 주택정책 10개년계획이라는 것을 발표했다가 목표달성이 어려우니까 수정하는 등 주택정책이 갈팡질팡했다.
정부가 주택정책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집 없는 사람들과는 관계없는 집만 짓는 민간주택업체에 공급을 맡긴 결과다.
올해 공공부문에서 짓기로 한 9만가구의 주택건설자금은 4천9백30억원. 이중 정부가 재정에서 직접 지원하는 것은 4백40억원 이다. 겨우 8·9%다.
나머지는 국민주택채권·복권·입주자저축·힉수금·연금기금 등 빌거나 사행심을 조장해 끌어 모은 것이다.
나머지 만가구는 민간주택업자에게 맡겨야하는데 이것은 전적으로 경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짓는 집들이 17평을 기준해도 1천7백85만원이나 돼 집 없는 서민들과는 아무 관계없는 집이 되고 만다.
국민의식구조가 집을 사는 것뿐만 아니라 재산증식의 주요수단으로 생각하는 풍조에서 수익성이 없으면 79,80,81년의 예에서 보듯 집을 지어놓아도 팔리지 않을 것이다. 투기의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정부는 67∼71년사이에 83만가구를 짓기로 했으나 68년 50만가구로 계획을 축소 조정한 끝에 겨우 이를 8%넘는 실적에 그쳤다.
또 72∼81년에 2백50만가구를 짓겠다는 거창한 주택건설 10개년 계획을 세웠다가 75년 석유파동·경제불황이 겹치자 계획을 수정해야 맸다.
지난해에는 27만가구를 짓기로 계획을 세웠다가 19만1천 가구를 짓는데 그쳤다.
GNP에 대한 주택투자비율도 78년의 6%를 고비로 79년5·1%,80년 4·8%,8l년 4·2%로 줄어들다가 투기에 힘입어 81년에는 5·3%로 늘어났다.
국토개발연구원은 『정부의 주택공급확대계획은 금융지원 ,값싼 주택보급, 세제보완으로 실수요자가 집을 살수 있도록 하는데서 찾아야한다』고 했다. 큰집·새집으로 옮기려는 사람,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가 집을 사도록 정책을 펴야 주택공급이 투기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개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무주택자들은 평균 3백30만원짜리 전셋집에 살고 기타자산 60만원 등 평균 4백만원을 갖고 있다는 것.
이들이 집을 살수 있을 때 수요문제가 해결돼 민간업자가 자동적으로 집을 짓게 되므로 정부가 주택공급문제에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이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주택정책을 세운적 이 없다.
돈이 없다며 주택건설에 대한 공공투자에 매우 인색했다. 주택문제는 정부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상업베이스에 맡기니 해결될 턱이 없다.
주택문제는 매우 돈이 많이 든다. 절대로 상업베이스만으로는 해결 안되게 되어있다. 정부예산을 많이 들려야한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정책지원이 미흡하다. 주택은에 대한 출자도 적다. 심지어 거기서 취급하던 재형저축도 국민은행 등으로 나눠 갖게 했다. 재형저축 가입자격도 과거 만원에서 30만원으로 끌어내려 돈이 은행 밖으로 나다니게만 맸다.
외국처럼 주택구입융자금의 이자를 종합소득세에서 공제하는 방법등 세제상의 특혜조치도 베풀려하지 않았다.
공공투자와 민간투자 비율을 최소 40%대 60%로 잡고 GNP에 대한 주택투자비율을 6%로 높여야 현재수준(화·1%)의 주택공급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지만 정부는 어느 것 하나 충족시키지 못하고있다.
일본은 68년에 주택보급율 1백%를 달성하고도 75년 GNP에 대한 주택투자비율은 7·8%나 된다. 서독은 5·9%,미국3·3%, 영국36%의 수준이다. 이들 나라는 주택보급률이 1백%를 넘지만 주택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고있다.
정부는 값싼 주택공급을 위해 토지가격안정에 노력한 흔적이 거의 없다. 지방자치단체는 오히려 구획정리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땅장사만 해왔다.
토지공개념을 도입, 수용은 잘하면서도 한정된 토지의 효율적 관리는 재산권보호라는 명목으로 방치해왔다.
그 결과 주택가격에서 차지하는 토지가격은 63년의 24·9%에서 78년에는 64%까지 올라갔다.
미국은 19%,프랑스는 20%에 불과하다. 연평균 가격상승률은 27%나 됐다.
민간주택업자가 영동에서는 더 이상 국민주택규모이하 아파트를 짓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도 땅값 때문이다. 이 판국에 임대주택을 어떻게 지을 수 있겠냐고 주택업자들은 되묻는다.
임대주택참여 희망업체의 첫째주문은 값싼 택지공급이다. 정부가 이제와서 택지를 개공이 수용해 민간에도 넘기겠다고 나섰지만 너무 늦었다.
주택가격은 오를 대로 올라 서민들에게는 정말 아득한 목표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투기수요를 막기 위한 대책도 거의 있으나마나다. 유효수요가 없어 투기에 의존, 민간주택업자에게 주택건설을 맡기는 판이니 투기억제책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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