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복덕방·복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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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1년 과천을 중심으로 아파트투기붐이 반짝했을매 어느복덕방업자에게 『복부인이 도대체얼마나 됩니까』 고 넌지사 물은적이 있다. 그랬더니 『줄잡아서울에만 3천∼4천명,수억대를 동원할수있는 사람도30∼40명쯤은 될것』 이라는 대답이었다.그러나 2년이 흐른 최근엔 『1만명은 넘고 10억원대를움직이는 복부인도 1백명은 된다』 는 것으로 바뀌었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혀 허황된것 만은 아니다. 78년전국적으로 투기붐이 극성을 이뤘을 매 흔히들 투기에 동원된자금규모를 3천억∼4천억윈이라고 말해왔었다. 10억원씩욜 l백명이 쥐고있다해도 1천억원,복부인 한명의 자금능력율 평균3천만∼4천만윈으로 치면 l만명에 3천억∼4천억원.결국그 사이에 1천역∼2천억원이더 투기성자금화했을 뿐이라는계산이다.
어쨌든 부동산투기는 이제 어느한곳의 현상이 아니다. 그렇게 치부해버리기는 너무 덩어리가 커졌다. 「조막손」 이 「큰손」 으로 자라고 더많은 조막손들이 흘러들어왔다.
작년 9월이후 지난봄까지 계속된 투기붐도 되들아보면 이들이 펼친 한낱의 드라머다.
사상최저의 금리에· 어음사기사건이후 시중에 돈은 쏟아져 여건은 충분했다. 호재를 놓칠 그들이 아니다. 「큰손」 파 「작은손」, 「앞차」와「뒷차」의 차이가 있을뿐이다.
서울 영동의 S,H부동산주식회사들은 이른바 부동산개의큰손들.작년가을 개포·과천아파트의 무기국이 한참 연출될때 일찍부터 이둘은 제주도로빠져들었다.제주시와 서귀포현지에 지점을 차리고 5만∼10반평 단위로 임야를 긁어모으기 시작했다.이들이 바로 말썽의대상이된 제주 서귀포일대 땅투기의 주역들이다.
이둘의 솜씨로 땅들이 븍부인의 손을 돌고돌았다.평당1천원의 임야가 3천∼4천원에,바다가 가까와 풍광이 좋으면1만원도 좋다고 손에넣었다.30∼40개 복덕방이 매입한 땅이 3개월사이에 3백만∼4백만평으로 추산되고 있다.5∼10명으로 조직된 복부인이 뒷돈을 댔음은 물론이다.이쯤되면 제주도가 아니라 서울시제주구쯤으로 착각할 정도다.이지역은 지난2윌 특정고시지역으로 묶이면서 거래가 일시에끊겼다.
그러나 그동안 거래가 계약금내지 중도금상태로 이뤄져왔기매문에 원주인이 지금까지도판땅의 잔금을 못받는등 분쟁은 꼬리를 잇고있다.
북덕방·복부인의 투기수법은법과 탈법의 테두리를 묘하게넘나든다는 데서 애전과 크게달라진 것은 없다.「들려치기」「막차태우기」「해약붙이기」「현금박치기」등은 그들의 전문수법.세련되고 더 지능화된모습이 현재다.
제주도땅투기에 사용된 방법도 가장 흔한 「돌려치기」다.
돌려치기란 한복덕방이 A.B…F식으로 복부인을 엮어 프리미엄을 얹혀가며 매물을 돌리다 마지막 뜨내기에게 막차를 태우는 수법.복부인은 프리미엄을, 복덕방은 거래마다 구전을 얻어서 이득이다.이과점에서는 양도소득의 신고나 납세는 있을리없고,아예 거래자체가 익명으로 이뤄져 사실은없는 것과 같다.
각종 통장이나 분양계약서의가짜도 작년에는 상당수 나돌았었다.예를들면 A라는 복덕방이 가짜분양계약서를 만들어 B에게 1천l백만원에 팔았다하자.서류는 C,D를 둘아 막상 마지막에 산 D가 서류로 분양회사에 아파트중도금을 낼때가 되면 가짜가 발각되는것은 당연하다.이때 A는 D에게 다시 나타나 가짜여부룰 모르는 제3자에게 팔자고 구술리고 D는 돈을 몽땅 날리느니 9백만원에라도 손해를 보고 넘겨파는데 동의하게된다.
이수법의 교묘함은 B,C가A복덕방의 단골고객이고 제3자,도다름아닌 복덕방의 대리인으로서 전매의 전과정이 복덕방손에서 조작된다는 점이다.결국복덕방은 D로부더 서류를 싸개사들여 차익을 먹고,가짜서류도 말끔히 정리하는 수법이다.
정작 고발사태가 이어질것같치만 거래사실을 드러내기 싫어하는것은 피해자도 마찬가지고부동산거래를 죄악시하는 사회분위기에 눌려 피해자는 의의로많다는 이야기다.
부동산투기는 4월을 고비로다시 잠잠해졌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고 복부인들도 하나둘씩 자취를 감췄다.썰물처럼 돈이 빠저나가면서 부동산거래도 소강상태다.그러나 이쯤으로 사태가 진정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실재 그러한 징후들은 이미나타나고있다.최근에 새전원도시건설계획이 논의되고 있다는보도가 었었으나,수도권에 눈독을 을이는 큰손들이 있다는루머도 얼마전부더 부동산계에돌아다니고있다.수도권은 이미78년에 땅값이 급등하고, 이후에도 오름세를 지속한 지역. 그러나 상품가치는 아직도 충분하다는 이들의 판단이다.
채권입찰제를 향한 복덕방사이의 경합도 벌써 시작됐다는소문이다.입찰제란 경매의 하나로 일반이 손쉽게 손대기는힙들다.결국 전문가인 복덕방의 손을 받게 될 것이고 누가 더많은 고객을 확보,당첨시키느냐는 경쟁이 일고 있는점이다.채권입찰제가 복덕방의실력판가름장으로 탈바꿈할 판이다. 복덕방사이에는 내달 분양예정인 H아파트의 경우 현싯가를감안, 『8천만∼1억원은 써넣어야할 것』 이라는 설들이 그럴듯하게 또도는 실정이다.
투기가 휩쓸면 사람들은 분빌력을 잃는다. 예전과 지금의 차이라면 더 많은 사람이, 그리고 분별력을 잃는 정도가 심화됐다는 현상이다.
사태가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이를 움켜잡을 대책이다.
그러나 문제를 부동산거래에만 국한시켜도 당국의 신인도는 현재 최저수준이다.규제와조치가 연발해도 믿지를 않는다. 믿지않는 쪽도 문제지만 오히려 믿지않게끔된 현실에는당국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투기의 소지와 탈법을 철저히 응징하지 못했을뿐더러 경기를 앞세워 예외를 눈감아준당국이었다.
경기의 규칙은 심판이 볼수있는데만 지켜지고 그 원리는부동산 거래에도 마찬가지다.심판이 눈을 돌리면 반칙을 통한 승리자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다.예의없는 집행없이 부동산 투기롤 잠재울수 없다는점은 이 때문이다.
투자 아닌 투기가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에서는 더욱 그렇다.
△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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