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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략가치의 격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미두나라 국방장관들이 지난16일 안보협의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공동성명과 기자회견 내용은 미국이 한국방위의 전략적 가치를 「나토」 일본, 그리고 중동과 같은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공동성명의 제4항은 두나라가 한국의 안전보장이 미국의 안전보장에 필수적 (Vital)이라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고 밝혔다.
미국이 안보상의 이해가 걸린 지역을 구별할 때는 이해를 갖고있는 지역, 중요한 이해관계를 가진 지역, 매우 중요한 이해가 걸린 지역, 사활이 걸릴만큼 필수적인 이해를 가진지역(Vital interest area) 같은 식으로 구분하는데 작년부터 미국이 한국을 필수적인 이해의 지역으로 간주하고 있는것은 소련의 아시아-태평양지역 군사력종강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대응, 북한의 남침위험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미국의 안보에 필수적인 조건으로 보는 이상 북한의 남침같은 사태를 당하여 필요하다면 핵무기까지 동원해서라도 한국을 보호하겠다는 다짐을 새로이 한것은 당연한 이이다.
요즘처럼 한반도 주변에서 긴장의 파고가 높아가는 시기에 아시아 자유세계의 초전선을 맡고 있는 두 우방이 안보협력의 필요성을 재확인한 것은 그것이 당연한 다짐이라지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이번 안보협의회의에서 한미간의 안보협력관계가 한국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도 기여한다는점이 화인된 것도 한국안보가 지역안보의 차원으로 격상, 확대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70년대 「닉슨」「포드」「카터」행정부를 통해서 미국의 대한방위공약은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어다.
주한미군철수의 시작으로 「닉슨」이 진보적인 여론에 아부하고, 미군철수를 공약한 「카터」가 대통령에 당선되던 때와 비교하면 한국의 안보상의 중요성이 워싱턴에서 공식으로 확인된것을 비유해서 말하자면 미군 몇개 사단의 증파에 버금가는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평가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투력의 강화, 조기경보체제의 보강, 긴밀한 전략정보의 교환의 필요성이 강조된 것은 역시 한국방위의 전략적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공동성명과 기자회견에 군사차관의 증액이나 조건개선, 우리 방산제품의 제3국수출에 관한 구체적인 조치가 언급되지 않은 것이 눈에 뛴다. 현실적인 조치가 뒤따르지 않고는 협력과 공약의 확인이 알맹이 없는 수사로 간주될수도 있다.
「와인버거」 장관은 미국이 한국을 필수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지역으로 판단하는 이유로서 한국의 지리적·전략적 중요성과 함께 자유와 국가를 위해 싸우려는 한국민들의 의지를 들었다. 최근 공개된 국무성의 외교문서를 보아도 한국동란의 초기에 한국국민 모두가 끝까지 싸울 의지를 보이지 않았더라면 미국은 한국을 포기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나타나 있다.
우리는 확고한 안보상의 결의가 있고, 안보 노력은 우리의 일상생활의 일부이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양키 물러가라는 구호가 나오지 않은 미국의 유일한 우방인 것이다.
이런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번 워싱턴 안보회의에서는 군사차관과 방산제품의 수출, 제2차 한국군 전력강화를 위한 미국의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언질이 있었어야 마땅하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런 문제들은 다시 두나라간의 숙제로 돌려졌다. 우리는 미국의 대한방위공약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의 여론은 불변한것이 아니고 정권도 항시 바뀐다.
우리 두나라가 공유하는 가치를 미국의 시류와 정권의 변화에 관계없이 지키는 최선의 안전장치는 미국이 한국의 자조의 노력을 돕는데 인색하지 않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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