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한 번역·섬세한 묘사로 한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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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창작문학 쪽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 못지않게 최근 외국 문학작품의 번역가로 활약하고 있는 여성들의 수가 상당히 늘고 있다. 특히 해방이후에 교육받은 이른바 한글세대의 진출이 두드러지는데, 여성들은 꼼꼼히 번역뿐 아니라 섬세한 감정묘사 등에 뛰어나 출판계의 환영을 받고 있다.
영문학쪽에서 꼽히는 여성변역가로는 우선 나영균교수 (이화여대)가 있다. 많은 책을 번역하지는 않았지만『젊은 예술가의 초상』(「제임즈·조이스」저) ,『멀로웨이 부인』 ( 「버지니어·울프」저)등의 고전이 있다. 최근에는 번역 원고가 2천5백여장이 넘는「조제프· 콘라드」의 대각『노스트로보』의 번역작업을 끝냈다.
신정옥교수(명지대) 는 희곡번역을 많이 한 것으로 유명한데, 『현대 영미회곡집』을 비롯해 최근에는「배우극단」에 의해 공연된 「테런스·리티컨」의 『깊고 푸른 바다』가 있다. 방송 스크립터 임선희씨도 『애욕의 핏줄』 (「시드니·셀던」저)등 많은 작품을 번역하고있다.
「니체」가 정신병원에서 쓴 일기인『나의 누이와 나』의 이덕희씨는 특히『니진스키의 고백』등 무용쪽의 작품을 다수 번역했다.
영문학쪽의 새로운 얼굴로는『토박이』(「리처드·라이트」저)를 번역한 김영희씨,『「네토츠카」의 사랑』(「도스트예프스키」저)을 번역한 전경자씨, 그리고『울어라 나의 조국이여』(「앨런·폐이턴」저)의 최승자씨 등이 있다.
불문학쪽에서는 단연 오징자교수 (서울여대) 가 꼽힌다.「뒤마」의 대작『몬테크리스토백작』으로 부터『바다의 심묵』(「배르코르」저),『코뿔소』(「이오네스코」저).「위기의 여자』(「시몬·드·보브와르」저). 현대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번역내용도, 분장도 뛰어나다는 평이다.
그밖에 최근 4∼5년 사이에 두드려진 번역활동을하는 여성들로는 전채인·박정자· 전성자· 권영자·윤영애씨등을 꼽을 수 있다.
박정자씨의 번역작품으로는『지식인이란 무엇인가』(「장·폴·사르트르」저),「여성은 해방되었는가』(「마이테·알베르튀르」「다니엘·아르모라트」공저), 『「피카소」와의 대화』(「앙드레·말로」저)등이 있다.
전성자씨는 성신여대사대교수인데 『초대 받은 여자』(「S·보브와르」저)등이 있고 현재 『보브와르평전』을 번역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영자씨의 번역서로는『부드러운 죽음』(「S·보브와르」저), 『세계의 도전』(「슈레베르」저)등이 있다. 공주사대에 재직중인 전채린씨도 『자기앞의 생』 (「에멀·아자르」저) 등 많은 번역서를 가지고 있다.
독문학쪽에서는『모모』(「미카엘·엔데」저),『말린다』(「베리만」저)등 25권쯤의 책을 번역한 차경아씨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한편 일본어쪽에는『대망』「부모지대』등 이른바 대하소설을 주로 번역한 박재희씨가 눈길을 모은다. 박씨는 경북여고출신으로 일제시대에 교육을 받은 연령층이다.
번역문학쪽에도 이제는 해방후 교육을 받은 한글세대가 크게 진출하고 있다. 이들은 그 전세대에 비해 영어와 불어·독어등을 직접 그나라에 가서 공부한 경우가 많아 외국어 자체에는 상당히 능하다.
그러나 외국어에 대한 이해에 비해 우리말로 표현하는 기술이 부족한 경우가많은데, 이는 작문등을 도외시한 한국 국어교육의 결함때문이라고 출판계는 지적한다.
그들의 관심은 또 종래의 문학위주에서 예술·여성학·사회사상 등으로 확대되어 다양한 내용의 책을 번역하고 있다.
외서번역은 꼼꼼하고 섬세한 감각의 여성들에게 적합한 일이라는 것이 홍성출판사 이재철사장의 얘기.
또 번역은 살림살이를하는 주부들도 틈틈이 여가시간을 이용할수 있어 외국어에 익숙한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의 새로운 일로 권할만하다고 한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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