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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돈이 은행피해 몰려다닌다|「저금리체제」출범9개월-돈의 흐름을 살펴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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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순조로운 항해를 기원하며 6·28금리인하로 돛을 올리게됐던 저금리체제도 이제 1년이 다 되간다.
항해도중 더러 은행의 수지악화, 부·동산투기와같은 크고 작은 풍랑 또는 태풍을 만나기도 했지만 다른 모든 이론을 제치고 키를 잡은 실질금리논에 의해 여지껏 항해를 계속해오면서 기업수지의 호전, 사상최저수준의 시중어음부도율 (월평균 0·04%) , 채권수익률과 사채금리의 지속적인 하락등과 같은 대어를 낚기도했다. 그러나 항해 9개월만인 지난3월말 요지부동일 것같던 저금리체제에 부분적인 「보완」이 가해졌다.
즉 이달1일부터 연6%금리의 1월만기 정기예금이 신설됐고 이를 중도해약하더라도 15일만넘으면 연3%의 금리를 적용해줌으로써 지난해3월29일 폐지됐던 통지예금이 사실상 부활됐으며 또 정기예·적금의 중도해약금리도 인상됐다.
항로「보완」은 여기에 그치지않고 곧 더욱 더 효과적인 보완책이 마련되리라고도 한다.
저금리체제를 출범시킨 정부의 의도대로 그간 얻은것도 많지만 이에 못지않게 앞으로의 순조로운 항해에 방해가될 일부 좋지않은 조짐들이 올해들면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저금리체제가 차츰 정착이 돼가고있다는데도 당국으로 하여금 스스로보완책을 마련토록 한것은 무엇일까.

<통지예금 부활된셈>
한마디로 아직도 시중에 많이 풀려있는 뭉치돈들이 안전한 은행으로 들어오지는않고 높은 이율을 좇아 이리저리 몰려다니고있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이후의 시중 통화동향, 돈의흐름등을 살펴보자.
올해들어 시중통화동향의 가장 뚜렷한 두가지 특징은 통화당국이 급속히 돈을 거둬들여가고 있다는 것과 반면 시중자금은 더욱 더 대기성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올들어 2차례나 금융기관에 대한 재할인비율과 대출비율을 인하하면서 본격적인 통화환수에 나섰다.
그결과 올들어 지난 2월말까지 시중에 새로 풀려나간 총통화(M2)는 2천5백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총통화 증가액 5천5백49억원에 비해 2천9백65억원이나 줄어들었고 3월중엔 총통화가 80억원 줄어 결국 올들어 3월말까지 총통화는 지난 연말보다 2천54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1·4분기동안 총통화가 9천61억원 늘어난것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총통화에서 저축성예금을 제외한 통화(M1)도 올1·4분기동안 지난연말보다 모두 1천9백85억원이나 줄어들었으며 같은기간 화폐발행액도 3천3백10억원 줄어들었다.
이에따라 3월중의 총통화증가율(평잔기준)은 23·7%로 지난 71년이래 최저수준까지 와있다.

<3월 통화증가 최저>
지난해 워낙 돈이 많이 풀린 까닭에 이것이 올해부터는 물가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하던 입장으로서는 상당히 희망적인 지표들이다.
그러나 아직도 시중통화지표들이 안정권에 들어선것은 아니다.
총통화증가율 23·7%자체가 아직도 높은 수준이고 또한 현금과 거의다름이 없는 통화가 총통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 2월말현재 28·6%로 지난해 3월말의 23·9%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총통화증가율은 수그러졌지만 반면 총통화의 구성은 현금성통화의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에 작년보다 더욱 불안한상태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지표다.
이같은 통화긴축은 올해들면서 새로운 염려를 낳았다.
즉 통화긴축은 은행창구를 거의 얼어붙게했고 이에따라 중소기업들이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대기업들이야 은행창구가 막히면 단자등의 제2금융권을 이용하거나 사채발행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면 되지만 중소기업들은 별다른 도리가없다. 또한 대기업들은 대기업들대로 금리가싼 은행돈을 제대로 쓰지못하고 단자를통한 CP발행(발행금리 평균년14·8%), 사채(연14·39%)등을 주로 이용하게되자 실질적인 금리인상과 다름이 없다는 불평들도 나오고있다.
문제는 은행저축만 제대로 들어와준다면 은행의 여신을 좀더 여유있게 운용할수가 있겠는데 현재의 저금리로서는 시중의 부동자금을 은행의 저축성예금으로 흡수하기는 커녕 도리어 이미 들어와있던 은행예금조차도 금리가 높은 투자신탁회사나 단자쪽에 빼앗기고 있다는데 있다.
즉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은행 저축의 증가율은 33·5%이었고 비은행저축의 증가율은 36·4%로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올 2윌월 은행저축은 15·6%밖에 늘지않고있는데 반해 비은행저축의 증가율은 35·4%에 달해 그격차가 몹시 벌어졌다.

<은행저축증가 부진>
특히 올1·4분기동안 은행예금은 지난 연말에 비해 2백89억원이나 줄어든 반면 3개 투신사의 수탁고는 3천4백26억원이나 늘었고 단자사들의 총수신도 3천5백61억원이 늘었다.
이같은 은행예금의 급격한 감소는 타점권을 이용해 일시적으로 예금계수를 늘리던 변칙예금을 규제한 탓도 크지만 타점권을 제외한 실세예금을 봐도 운행예금은 지난2월말까지 연말에 비해 4천9백20억원 늘어나 그 증가율에서 투신·단자의증가세와는 비교가 안된다.
더구나 언제든 빠져나갈수있는 저축예금·통지예금·요구불예금등을 모두 합친 만기성예금이 총예금중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4분기중 34·1%, 2·4분기중 35·6% 수준에 있었으나 금년 l·4분기에는 38%수준에 와있다.

<대기성 자금만 늘어>
그만큼 새로 늘어난 은행예금중에서도 은행에 오래 잠겨있을 생각은없고 언제든 부동산 또는 높은 이율이 보장되는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큰 대기성자금이 크게 늘어났다는 이야기가된다.
또한 투자신탁회사를 찾아 급격히 몰려든 돈도 환금성이 1백% 보장되어있기 때문에 역시 「불안한 예금」이라 할수있다.
결국 이같은 문제들이 겹쳐 당국도 저금리체제가 출범한지 9달만에 부분적인 보완을 생각지 않을수 없게 된것이다.
부동산투기를 탓할수는 있어도 시중의 유휴자금이 은행보다 투신쪽을 찾는것을 탓할수는 없다. 금리가 낮은곳에서 높은곳으로 흐르는것은 돈의 자연스러운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와서 다시 공금리를 올린다는것도 모처럼의 물가안정을 해칠염려가있어 역시 위험한 생각이다.
결국 당국이 곧 마련할것으로 알려진 보완책에 한번더 기대를 걸어볼수밖에 없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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