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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운영의 근본과 기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문구당국은 인사제도를 포함하는 문교행정 전반에서 상당히 고집스러운데가 있다.
문교에 관련된 현행제도가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논란을 일으키고있는데도 그 근본보다는지섭말단의 보수에 그치고 있다.
엊그제 나온 대학교육협의회의 건의내용도 사실 외면적으로는 엄청난 변화를 예상할수 있는 것이지만 대인제도의 모순점을 현행제도의 테두리안에서 합리화하고자하는 기도가 더 두드러진다.
그것은 대학교육협의회의 세 가지 건의가운데서 동일대학에서 전 후기모집을 할 수 있게하며 학력고사 과목점수를 과목별로 가중산정한다는 두가지가 모두 대학입시제도와 관련된 것에서도 짐작할수 있다.
그중 동일대학에서 전 후기를 나눠 모집할수 있게 한다는 것은 변의주의적인 문교정책의 산 증거가 아닐 수 없다.
98개의 전국대학중에서 84%가 전기를 선택하고 16%가 후기인 현실은 매우 불균형적이다.그러나 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같은 대학에서 전 후기를 나눠 뽑을 수 있게 한 것은 더욱 이상해 보인다.
전기를 선택해서 좋은 학생들을 뽑고자하는 대학들의 기대와 실력부족의 불명예를 겉으로나마 커버하고자하는 학생들의 요구에 맞추어 그와 같은 전기치중의 불균형은 유지되고있다.
그 결과 입시에서 낙방한 고득점자들 대부분이 후기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나오고 었다. 그런 만큼 동일대학에서 전 후기를 뽑을 경우 「전기대학」의 명예는 유지될 수 있으리란 생각도 든다. 사실은 이와 같은 대학의 전기편중현상 자체가 과거 대학별 자유경쟁입시제도 아래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문제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때는 몇몇 후기대학들이 많은 우수학생을 확보했었던 것이 주지의 사실이었다.
또 가중점제도는 현행제도의 모순인 무턱대고 점수에 따라 지원해 합격하고 보자는 현상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갖게 한다. 학과에 대한 애착과 소속감을 높이고 아울러 학생의 적성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특정한 학과목만 편중하는 결과 전인교육을 목표로 하는 중등교육의 목적이 저해되리라는 것이다. 거기에다 현행제도의 맹점인 점수에 따라 학과를 선택하는 경향이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적성과 애착 없이 잘나온 점수를 가지고 전공을 선택하는 묘한 상황도 나타날 것이다.
과거와 같은 대학별 자유경쟁에서 가중점제도를 채택하는 경우는 「전지원후입시」 원칙을 지키게 되는 만큼 그런 곤란은 아예 없어질 것이다.
나머지 건의인 여름방학을 늘리고 대신 겨울방학을 줄이는 방안은 방학과 무관하고 모 대학생활 자체를 현실에 맞게 효율화한다는 점에서 강점이 클 것 같다.
어느 의미에서 이 제도는 구미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3학기제 혹은 「여름학기」 제와 상당히 접근하고있다.
아직 학생들의 여름방학을 이용한 학점취득기회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으나 적어도 그런 가능성을 크게하는 제도라고 할 수도 있다.
어느 의미에서는 이 제도가 졸업정원제를 도입하고 학생수를 무작정 늘리기 만한 우리대학에서 학사운영과 수업 충실도를 높이는데 적합할 것도 같다.
교수들은 수업일수가 줄어 강의부담이 줄고 대신 방학을 이용한 연구활동이 기대된다.
또 긴 여름방학은 학생들이 학비를 조달 할 수 있는 기간으로 유용할 것도 같다.
특히 긴 여름방학동안에 사회인들이 대학의 시설을 이용해 학위와 학력취득에 활용될수 있어서 평생교육의 풍토조성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긴 여름방학은 그 장점 못지 않게 단점도 있다. 비싼 등록금을 물고 있는 학생들이 더욱 짧아진 수업시간에 불만일 수도 있고, 부업기회를 얻지 못하는 학생들이 여름방학을 그대로 허송하며 보낸다는 것은 매우 낭비적이다. 거기에 겨울학기를 강행하는데 따른 난방문제도 간단한 것은 아니다. 그것 때문에 학생들의 학비부담이 더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학교육협의회의 건의는 문교부의 환영을 받고 있지만 그렇게 낙관적인 전망만을 보여주는게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보다 신중한 연구와 토론이 「건의」의 무작정 시행에 앞서 이루어지기를 당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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