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9월] 장원 송옥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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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6.25가 일어나던 해 태어났다고 했다. 쉰다섯이다. 최근 장원 당선자들이 20~30대였던 걸 고려한다면 적지 않은 나이일 것이다. 9월 시조백일장 장원의 영광은 경기도 고양시의 50대 주부 송옥선(사진)씨가 차지했다.

집에서 살림만 하는 주부라고 하면 섭섭해 하겠다. 이미 자유시로 등단해 시집 한 권을 낸 바 있는 시인이기 때문이다. 자유시를 공부하면서 시조도 함께 공부한 응모자는 많았지만 자유시로 등단해 시집까지 출간한 기존 시인이 월말 시조백일장에 응모한 경우는 흔치 않았다.

"보는 맛보다 읽는 맛이 깊은 시조에 점점 빠져들었지만 그럴수록 실제 내가 쓴다는 부분에서는 망설여졌고 어려웠다. 그렇지만 인간이란 유한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시조에 욕심을 부리고 싶었다."

1990년 '시와 의식'이란 잡지를 통해 등단, 96년 시집 '분실물 코너'를 출간한 시인은 "시조의 읽는 맛에 새삼스레 빠졌다"고 말했다. 심사를 담당한 이지엽 경기대 교수는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노련해 보인다"고 평했다. 당선자의 이력을 모르는데도 심사위원은 그렇게 말했다.

당선자는 집 근처 고서점을 일주일에 한두 번 찾는다고 했다. 낡은 책을 넘기며 그는 앞서 그어진 밑줄을 발견하고 그 밑줄에 담긴 뜻을 혼자 헤아려 봤다. 그리고 그가 그은 밑줄도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것이기를 바랐다. 장원 당선작에 나오는 시상은, 그가 시조에 빠지게 된 계기는, 동네에서 멀지 않은 한 헌책방에서 비롯됐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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