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지 안쓴 당좌수표부도 법원선 유죄를 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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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발행지가 기재되지 않은 당좌수표의 부도에 대한 유·무죄를 둘러싸고 법무부와 법원의 해석이 엇갈려 혼선을 빚고 있다. 법무부는 「발행지가 기재되지 앓은 당좌수표가 부도났을 때 발행인을 형사처벌 할 수 있는가」라는 서울지검의 질의에 「수표법상의 요건흠결이므로 처벌불가」라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지난단 14일 검찰에 이를 시달했으나 법원 측은 법무부의 유권해석과는 달리 종전처럼 계속 유죄를 선고해 앞으로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주목되고 있다.
당좌수표 발행지 기재에 대한 이같은 엇갈린 견해로 현재 당좌수표를 떼고있는 수표발행자나 발행지 없는 당좌수표를 받아둔 수표소지인은 불안한 가운데 수표유통에 혼란을 빚고있어 빠른 시일 안에 이에 대한 두 사법기관의 통일된 해석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울형사지법 항소6부(재판장 정만조부장판사)는 1일 10억여원의 부도를 내 구속 기소됐던 강태흡피고인(50·서울 동작구 노량진2동39)에 대한 부정수표단속법위반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발행지 기재는 수표요건상 중요한 의미가 없고 거래관행상 발행지가 없는 상태에서 거래되고있다』는 이유로 징역10월에 집행유예 1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강피고인은 공구·차량부품 제조판매업체인 동환실업을 경영하면서 지난해 2월부터 6월까지 10억여원의 부도를 낸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도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받고 항소했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표법상의 수표요건으로서 발행지는 발생일 등 다론 요건에 비해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유엔의 유가증권에 관한 실무그룹이 작성한 「국제수표협약」에서조차 발행지를 수표요건에서 제외시키고 있으며 ▲현재 거래관행상 법인의 명칭만 기재한 채 당좌수표를 발행, 유통시키고 있고 ▲발행지가 쓰여있지 않아도 은행에서 지급을 거절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부도수표의 처벌조건은 수표의 적법성보다 예금부족이나 무거래 등을 중시해야한다』고 유죄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다른 소장법관들은 발행지 기재가 수표법상의 요건이라는 주장으로 지난주 서울형사지법에서 같은 내용의 사건2건이 단독판사에 의해 선고기일이 연기되고있으며 서울지검형사부는 법무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지난달31일 옥동금속대표 최상길씨(52)와 전 삼진알루미늄대표 박태원씨(51)에 대해서 무혐의 불기소결정을 내렸다 (중앙일보 l일자11면 보도).
최씨는 서울신탁은행 종로1가 지점에서 1억1천5백만원을, 박씨는 한국외환은행 명동지점 등에서 11억6천여만원을 부도낸 혐의였으나 이들이 발행한 수표의 발행지란에는 회사명칭의 스탬프인만 찍혀있을 뿐 지명이 기재돼있지 않았었다.
이에대해 법조계에서는 법 운용을 둘러싼 이론이나 견해의 차이는 바람직한 것이지만 이 문제는 국민의 경제생활과 상거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하루빨리 통일된 견해를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있다
▲황석연변호사=법조문을 엄격히 해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상거래 실정과 안맞는 다면 문제가 있다.
민사소송에서는 1심의 변론종결 때까지 보충하면 유효한 수표로 인정하고 있다.
부도수표의 경우 판제능력이 없는 수표발행 등 부도의 고의성이 있다면 별문제지만 기재누락을 처벌하지 않을 경우 악용의 소지도 있다.
이에관한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빨리 받도록 해야한다.
▲김교창변호사=일반은행이나 어음교환소에서는 발행지 기재여부에 관계없이 모두 통용되고있다.
상거래 현실과 법조문이 맞지 않는다면 법을 고칠 필요도 있다.
민사에서는 발행지 기재를 주요 요건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현실에 맞게 판례는 고쳐져야 한다
우선은 은행측에서 부동문자로 지명을 기재해서 수표용지를 발급하도록 하는 등 국민경제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대책을 서둘려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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