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간접투자] 부동산 간접투자 햇빛 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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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리츠
지난 4월 일반 리츠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데 이어 8.31 대책은 리츠 산업의 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는 투자행태는 사라지고 안정된 수익이 확보되는 간접투자로 여윳돈이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리츠에는 일반 리츠와 구조조정 리츠(CR리츠)가 있다. 대표적인 주식형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으로 꼽히는 리츠는 개인과 기관의 투자금 등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임대료 등 부동산이 만들어내는 수입으로 배당하는 것이다. 현재 10개 리츠가 연 8~11%의 배당을 하며 투자의 안전성과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예컨대 리츠가 빌린 돈 500억원(연 6% 이자)과 투자자들의 투자비 500억원을 합쳐 연간 70억원의 임대수입이 생기는 빌딩을 샀을 경우 매년 30억원의 이자를 내고도 8%의 배당이 가능하다. 5억원을 투자한 개인은 0.5%의 빌딩지분을 가지고 매년 4000만원의 배당을 받는 셈이다.

교보메리츠는 5년 동안 연평균 배당률 8%를 내고 있으며 코크렙6호(7년짜리)는 연 8% 이상을 제시했다. 투자자는 배당소득세를 15.5% 정도만 내면 되므로 세금부담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이제까지 빌딩을 매입해서 임대를 통해 수익을 주는 상품이었다면 앞으로는 투자대상의 다양화가 진행될 전망이다.

상업시설과 대학기숙사, 물류시설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코람코가 최근 출시한 총자산 2910억원의 코크렙6호는 상업시설을 리츠 상품화한 것이다.

뉴코아백화점 소유의 4개 아웃렛 점포(일산.평촌.야탑.인천점)를 매입해 뉴코아에 재임대한 뒤 임대료 및 향후 자산매각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금으로 수익을 배당한다.

㈜코리츠도 유레스메리츠1호를 세이브존 3개 쇼핑몰로 구성했다. 이 회사는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동남권 물류유통단지를 리츠 상품화하기 위해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다.

코리츠 신동수 상무는 "올해부터 일반 리츠의 설립조건이 완화되고 투자대상이 넓어짐으로써 상품의 다양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부동산에 몰려 있는 부동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수익률이 보다 나은 투자대상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성이 높다고 하지만 투자자는 리츠 상품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상품마다 수익률이 다른 것은 투자상품이 가지는 수익구조에서 많은 차이가 생긴다는 뜻이다. 따라서 해당 리츠가 투자한 부동산물건의 ▶매입 ▶운영 ▶청산 등 3단계에서 검증이 필요하다. 부동산의 매입단계에서 관여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비전문가가 챙겨야 할 시점은 운영부분이다.

대기업이 5년 이상 장기임차했으면 가장 좋다. 그러나 어느 한 회사가 너무 많은 면적을 빌려 쓰고 있으면 좋은 구조가 아니다. 일시에 세를 빼면 운영에 곤란한 경우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각 후 임대(Sale and Lease Back)구조라면 더없이 좋다.

매각 단계에서는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좋은 지역에 대형 빌딩이라면 안전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빌딩 운영수익이 제대로 맞춰지지 않아 청산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서울 논현동과 명동의 빌딩 2개로 만든 K리츠 2호의 경우 임대수익률이 낮아 결국 청산하고 말았다. 다행히 매각차익이 생겨 투자자들이 손해 보지 않았지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목표로 하는 리츠의 본질을 잃어버린 경우에 해당한다.

관리운영회사의 전문성 여부도 살펴야 한다. 신영에셋 김상태 전무는 "빌딩의 시설관리를 효율적으로 함으로써 자산가치를 높이고 임대수익률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관리운영의 중요성은 어느 상품보다 요구된다"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펀드

지난해 6월 첫 선을 보인 부동산펀드는 1년여 만에 90여 개 2조원 어치가 팔렸다. 회사를 따로 만들 필요 없이 간접투자자산운용법에 따라 자산운용회사가 발매(판매는 은행과 증권회사)할 수 있기 때문에 우후죽순으로 선보였다.

부동산펀드는 취득.등록세를 50% 감면받고 팔 때는 양도세를 내지 않으며 배당소득세도 15.5%만 내면 되기 때문에 일반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판매되자마자 수백억 원어치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부동산 개발시장의 환경이 나빠지면서 약간 주춤해졌다.

맵스자산운용의 신봉교 본부장은 "수십 개 펀드가 쏟아져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었으나 이제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펀드별로 옥석이 가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펀드도 투자자들의 수요에 맞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형 펀드(아파트사업 대출형)에서 벗어나 빌딩펀드, 경매펀드, 임대주택펀드, 할인점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해외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도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선 간접투자가 활기를 띨만한 토양이 마련돼 연말까지 부동산펀드 판매액이 3조원을 웃돌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몸집이 커진 데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는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부동산 펀드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실력없는 펀드'의 등장이다.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지 명확지 않고 부동산 전문인력이 없어 외부에 의존하는 자산운용사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상품을 판단할 근거는 오로지 판매.운용회사의 브랜드밖에 없다.

미래에셋 오용헌 이사는 "상당수 자산운용사가 부동산 투자기법에 어두워 펀드 발매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K자산운용은 지난 상반기 충남 아산 아파트 신축사업과 관련한 부동산펀드 850억원어치를 판 지 한 달 만에 청산했다. 사업이 무산된 때문이다. 이 업체는 시행사가 아파트 지을 땅을 모두 사지 않았는데도 무리하게 펀드를 팔았다. 다행히 시행사로부터 위약금을 받아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겨주진 않았지만 펀드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 셈이다.

올 초 H사가 판매한 부동산경매펀드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거품이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순식간에 1500억원을 모았지만 4개월의 '배타적 판매기간(경매펀드에 대한 독점판매 인정기간)'이 끝나도록 경매로 확보한 물량은 한 건도 없었다. W투자증권도 상반기에 500억원 규모의 부동산경매펀드를 내놨으나 초기에 170억원어치만 팔렸다.

부동산펀드 모집 과정에서 목표 금액을 못 채워 판매 대행사인 증권사가 남은 금액을 떠안기도 한다. B자산운용은 얼마 전 경기도의 한 아파트사업에 투자한다며 펀드를 내놓았으나 금액이 미달하자 나머지를 증권사에 넘겼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무엇보다 안전장치를 확인해야 한다. 최근 조기 청산한 K부동산펀드도 위약금 30억원을 시행사 측에서 받기로 안전장치를 마련해 뒀기 때문에 투자자의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펀드약관.상품설명서도 꼼꼼히 읽어야 한다. 펀드의 운용 방식과 안전장치 등이 모두 제시돼있다.

부동산펀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형은 시공사를 보면 된다. 대형 건설사가 원금 지급을 보증했다면 위험이 작다. 시공사의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낮은 곳이 낫다.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낮을수록 재무구조가 우량하다는 증거다. 자산운용회사의 전문인력 확보 여부와 배당실적을 살펴보면 상품의 신뢰성이 가늠되기도 한다. 임대형은 입지여건을 봐야 한다. 임대가 잘 되지 않는 곳은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어렵다. 경매펀드는 운용사의 전문성이 중요하다. 좋은 경매.공매 물건을 싼값에 확보하느냐가 수익률의 잣대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는 곳에서 파는 펀드를 골라야 한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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