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반도의 대리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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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캄보디아의 내전은 과거 인도차이나우도의 다른 분쟁들처럼 외부세력을 업은 대리전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현재 캄보디아를 통치하는「헴·삼린」정권은 79년1월 베트남대군이「크메르 루지」를 내쫓고 세운 괴뢰정권이다. 그리고 베트남의 캄보디아침공은 소련의 지원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임을 생각하면 오늘의 캄보디아는 소련과 베트남의「합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반면에 베트남과「헹·삼린」정권에 쫓겨난 크메르 루지의 4만게릴라는 타일랜드에 가까운 국경지대의 말림에서 중공의 지원을 받으면서 반정부활동을 계속하고있다.
「렝·삼린」정권의 탄생이 소련과 베트남의 팽창주의적 야망의 산물이었기 때문에 「아세안」을 비롯한 동남아시아국가들과 미국을 포함한 다른 서방국가들이「시아누크」를 대표로 하는 3파연합세력을 지원, 또는 동정하고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이렇게 캄보디아내전에 얽힌 주변과 바깥세계의 이해가 복잡하기 때문에 베트남군 및 「렝·삼린」정부군과 반정부게릴라의 전투는 자칫하면 인도차이나반도 밖으로 불길이 미치는 큰 분쟁을 일으키기 쉬운 것이다.
지난3월31일 게릴라를 추격하던 베트남군이 타일랜드국경을 넘어가 타일랜드군과 전투를 벌인 것도 그런 충돌이 잦으면 중·소의 개입까지 끌어 들이는 지역적인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 때문에 주목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국경지대의 타일랜드영은 「시아누크」「손·산」(전수상), 「키우· 삼판」(크메르 루지대표)의 3파연합세력에 제공되는 중공의 전쟁물자 보급루트가 되어있다.
따라서 베트남의 입장에서는 타일랜드가 정치불안을 맞고 있는 틈에 게릴라에 대한 전기공세를 취하여 중공의 보급루트와 게릴라의 성역을 파괴하는 것이 바람직 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소련·베트남관계나 중·소화해의 움직임을 보면 베트남군의 이번 공세는 오히려 소련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련은 폴란드사태, 아프가니스탄개인, 연속 흉작 같은 잇단 불운으로 국내경제사정이 악화된 결과 대외원조를 대폭 줄였다. 그리하여 82년에 소련은 10억달러를 원조한 것을 마지막으로 82년부터는 베트남에 대한 원조를 끊어버렸다.
베트남이 국제통화기금(IMF)에 23억달러의 융자를 요청하고 외교적으로는 아세안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여 외상이 그 지역을 순방한 것도 모두 소련의 원조중단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실상가상으로 「브레즈네프」사망, 등소평체제의 안정으로 중ㆍ소간에 화해 움직임이 보이고 실제로 외무차관들의 예비회담까지 성사되고 보니 베트남의 대소발언권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베트남이 소련을 상대로 행사할 수 있는 최대의「지렛대」는 이제 소련의 극동 해군에 제공하고 있는 캄란고의 해군기지 정도다.
캄보디아의 「헴·삼린」정권도 비동문회의를 포함한 국제무대에서 소련과 베트남의「꼭두각시」로 낙인 찍혀 수세에 몰려있는 것이다.
이런 형편에 베트남은 배후에 중공의 군사적인 압력을 받으면서 오만안팎의 대군을 캄보디아에 주둔시키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게릴라에 대한 공세, 다론 한편으로는 소련의 소맷자락을 잡아끌어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세계의 주목을 끄는 불장난을 해봄직도 한 것이다.
타일랜드, 베트남간의 이 정도의 충돌로 동남아시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베트남부터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베트남군의캄보디아주둔, 타일랜드에 대한 계속적인 위험, 캄보디아난민의 유출이 동남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크게 위협하고 있는 것은 중대한 문제다.
인지(인도차이나)우도의 전쟁과 평화는 자주 한반도에까지 파문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베트남군의 살수를 통한 캄보디아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바라면서 사태의 진전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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