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유아인·이민호·이승기 … 전부 다 내 후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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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은 우리의 생각에 의해 만들어진다.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21~180) 군대, 누구는 끔찍하다 말하지만 결국 생각하기 나름 아닐까.

638일.

오늘(7일) 입영하는 예비 장정(육군 기준)이 군에서 보낼 기간이다. 대학생이라면 3학기 이상 공부할 수 있고, 취업준비생이라면 인턴이나 공모전 같은 이력서에 쓸 스펙을 적잖이 만들 수도 있다. 이를 포기한 대가는 ‘군필’ 꼬리표.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 평생 술자리 안주거리가 비로소 생긴다.

입대자 숫자는 매년 25만 명. 대한민국 젊은 남자라면 누구나 간다는 얘기다. 그런데 떠나는 심정은 왜들 그리 구구절절한지. 특히 1월 입대자는 더 그렇다. 안그래도 새 계획을 세우는 연초, 새 출발을 군대에서 한다는 점만으로도 어찌 그렇지 않겠나. 새 출발은 그게 무엇이든 긴장되기 마련인데, 하물며 군대는 어떨까. 지난해 윤 일병 사건 탓에 누군가에겐 아마 공포 그 자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는 기대와 설렘을 안고 군대에 간다.

19일 공군에 입대하는 정재범(20·연세대 경제학 1)씨도 그중 하나다. ‘기왕이면 하루라도 빨리 하루라도 오래 군 생활을 하라’는 육군 수색대 출신 아버지 조언에 따라 육군보다 복무기간이 3개월 더 긴 공군에 지원했다. 정씨는 “주위에서 ‘너무 일찍 입대하는 게 아니냐’고들 했지만 정작 난 별로 그런 생각이 안 든다”며 “오히려 미숙함을 벗고 남자다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5일 의무경찰로 입대하는 강태규(22·성균관대 정치외교학 1)씨는 기대를 넘어 흥분이 될 정도다. 그는 원래 경찰을 꿈꿨지만 2년 전 경찰대에 떨어졌다. 의경으로 근무하며 꿈꿨던 경찰을 잠시나마 경험하게 된다는 점만으로도 그는 지금 설렌다.

누군가에겐 군 경험이 미래 진로를 세우는 주춧돌이 될 수도 있다. 이승원(21·대구대 물리치료학 1)씨는 20일 육군 보병으로 입대한다. 그는 “군 특기를 내 마음대로 정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의무병으로 군 병원에서 복무하고 싶다”고 했다. 미래 직업으로 점 찍어둔 물리치료사가 정말 본인과 잘 맞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헛된 생각이 아니다. 요리사를 꿈꾸는 친동생(20)도 1년 전 취사병으로 입대해 특기를 살리고 있다. 이씨는 “군 복무와 진로 준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했다.

아무리 굳은 결심, 설렘을 안고 군대에 간다해도 한동안 사회와 떨어져 지내야 하기에 어려울 수밖에 없다. 솔직히 걱정도 된다. 19일 해병대에 들어가는 박철현(21·서강대 화공생명공학 1)씨는 “가족과 친구를 볼 수 없으니 답답할 것 같다”면서도 “그만큼 철이 들겠지”라고 했다. 우리 젊은이들, 어른들 우려와 달리 듬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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