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불러 놓고〃봉투〃바라는 교사 김숙자<서울강남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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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첫아이를 올해 국민학교에 입학시킨 학부모다.
그런대 1주일쯤후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엄마, 내일은 엄마가 청소당번이래』 하고 영문모를 말을 꺼냈다.
선생님의 말을 아이가 잘못 전했겠거니 하고 이웃의 1학년자모에게 확인해보니 1학년전체아동의 어머니들이 5명씩 돌아가며 교실청소를 해야한다는것이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을 1학년은 너무 어리기 때문에 자모가 대신해준다는 이야기였다.
집안일이 바쁘긴 하지만 보호자의 처지에서 그정도는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간편한 복장으로 다음날 학교에 나갔다.
청소당번이라는 다른 자모들도 교실에있었다.
청소가 시작되기 직전 담임교사가 교실로 들어섰을때 나는 몸들바를 모른채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늘어섰던 자모들이 약속이나 한듯 흰 봉투 하나씩을 꺼내 건네주는것이 아닌가.
아차 싶었으나 때는 이미 늦어있었다.
담임교사는 이내 교실밖으로 나갔다.
옆집자모를 다시찾아 이야기를 꺼내자 그 어머니는『상식적인일도 모르는 맹추』라고 놀려댔다.
학부모가되어 오래 겪는시련이라고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나서도 잊혀지지않는 수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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