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프랑스 '대장금'의 인생 요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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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천재 파티시에, 프랑스 요리의 왕
이안 켈리 지음, 채은진 옮김, 말글빛냄, 323쪽, 1만8000원

그는 요리를 창작했다. 그것으로 당대의 명성을 얻었다. 조리법도 꼼꼼히 기록했다. 이것으로 불후의 이름을 남겼다. 요리사이자 제과사인 앙토넹 카렘이다. 19세기 초 프랑스에서 식탁 혁명을 이끌며 새로운 요리 세계를 건설했다. 이 사내는 음식을 창작하되 그 빛깔과 모양, 입에서의 질감, 그리고 맛과 향이 조화를 이루도록 세공했다. 음식 내는 순서와 식탁에서의 배열까지 섬세하게 계산했다.

영국인 배우이자 음식 저술가인 지은이는 카렘의 삶과 음식 세계를 세밀화처럼 정교하게 그려낸다. 진진한 요리 이야기와 조리법은 기본. 가난 때문에 어려서 부모와 헤어졌지만 제과사.요리사로서 입신해 자신이 만든 과자가 황제 나폴레옹의 식탁에 놓이는 등 최고의 명예를 누린 한 영혼의 사연은 부록이다.

카렘은 왕성한 저자였다. '파리의 왕실 제과사'(1815), '프랑스 수석 요리사'(1822), '파리 요리'(1828), '19세기 프랑스 요리법'(1833~1847), '멋진 제과사'(1842) 등은 프랑스의 고전이 됐다. 그는 책 속에 요리사의 철학도 가미했다. 자기 일에 대한 긍지와 몰입이 대단하다. 연회를 한번 열려면 준비부터 마칠 때까지 18시간을 잠시도 쉬지 못하는 틈에서도 말이다.

저자는 카렘의 조리법과 발언, 에피소드는 물론 그를 다룬 다른 기록들로 섭렵했다. 한 인물을 파고드는 품새가 철저하고 지독하다. 주방 심부름꾼으로 일할 때 삭신이 쑤시는 가운데 공공 도서관을 찾아 건축 관련 책을 보며 디저트 모양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는 카렘의 일화에서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카렘과 이 일화를 찾아낸 작가 모두에게 말이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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