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슈퍼 베이비」열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비판론 불구 과잉 조기교육 풍조 먼저>
슈퍼베이비를 키우기 위한 교육붐이 미국 전역을 휩쓸고 있다.
30대의 젊은 부모들에 의해 주도되어온 이 슈퍼 베이비 교육은 전문가들의 심각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각종 조기 교육기관의 발족을 비롯, 지능개발을 위한 아기용품 산업의 대대적인 발전으로까지 파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근착 뉴스위크지에서는 이러한 교육붐의 현황을 파악, 슈퍼 베이비 교육의 현주소와 그 허실을 집중분석하고 있다.
유아조기 교육의 선구자는 「글렌·도먼」씨(63). 카드를 이용한 독특한 교육방법을 개발한 그는 1955년 뇌에 손상을 입은 어린이를 위한 비영리 교육기관용 필라델피아에 설립한 이래 64년 정상아들에게도 이 방법을 적용, 「아기 독서지도법」이라는 초베스트셀러를 저술하는 등 조기교육의 중요성용 크게 부각시킨 인물이다.
그는 10여종의 영재교육을 위한 저술 및 조기교육 강좌를 통해 비록 젖먹이 일지라도 여러가지 정보가 일단 기억되면 나름대로 재생하는 능력을 가진다고 강조, 특히 말을 하기 시작하는 아동이면 글도 함께 가르칠 수 있다는 이색주장을 펴고있다.
이와함께 젊은 어머니들 역시 단순한 출산의 의미에서 한걸음 나아가 아기에게 온갖 지식을 주입시키는 교사의 역할을 담당하고있다.
이들은 「유치원교육도 이미 때가 늦었다」고 외칠 정도로 조기교육에 극성을 부려 알파벳을 비롯, 셈하기·읽기·수영하는법 등 심지어 「고호」의 그림이나 「바하」의 음악을 끊임없이 들려주어 천재교육을 위한 자료로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교육을 받은 어린이들이 실제로 믿기 어려운 초능력을 발휘하고 있어 슈퍼베이비를 위한 영재교육이 더욱 활기를 띠는데 생후 7개윌짜리 아기가 간단한셈을 하거나 11개윌 짜리가 글을 읽거나 2살짜리가 바이얼린을 연주하는 것이 바로 대표적인 예.
북캐롤나이나 대학의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조기교육을 받은 아동들이 15점 정도 지능지수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한다.
조기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은 원래 중류층 가정의 열등 아동을 위해 고안해 낸 방법으로 최근의 영재 교육붐은 단 l명의 자녀만을 양육하고 있는 젊은층 부부들의. 급증과 기혼녀들의 직장진출이 크게 늘어난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가정 교욱외에 조기교육을 위한 방법은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동들을 이러한 영재교육센터에 맡기는 것이다.
전문교육기관으로서는 뉴욕의 수지 프루던 체육교실, 애리조나주의 바이츠 컴퓨터학교, 스 즈끼의 음악학교 등을 들 수 있다.
이에따라 가정에서 각종 저능개발교재로 교육시키는 부모들은 교육센터에 보내지 못해 장래에 자녀들이 학교에 입학했을 때 다른 학생들과 무난히 어울릴 수 있는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있다.
사실 영재교육을 위한 전문교육센터에 입학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명문유치원과 자매결연을 하고 있는 유아프로그램(신생아∼3세)이나 예비학교(1∼3세), 탁아소학교(3∼5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린아동들이 면접을 치러야 함은 물론 각종교육용 기구로 실기시험을 통과해야 할 정도로 열띤 겅쟁을 벌인다.
예비학교 부모들의 7O%이상은 연소득이 2만5천달러 이상의 중·상류층으로 지나친 교육열이 「캘빈·클라인」이 디자인한 기저귀가 18달러에, 「크리스티앙·디오르」가 고안한 가운이 1백75달러에 시판되는 기현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지능개발을 위한 아기용품 산업도 슈퍼베이비 교육붐과 함께 호경기를 누려 1대에 3백40달러를 홋가하는 보행기를 비롯, 부모와 자녀, 자녀를 둔 직작여성을 겨냥한 잡지도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영재 교육법에 대해 크게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생후 3년까지의 교육이 인간의 두뇌와 성격형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부모의 욕심에만 따라 강제적으로 교육받는 것은 아기의 장래에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이기 때문.
그 결과 2∼3살 아기들중 머리카락이나 눈썹을 잡아당기는 정신질환의 초기증상을 보이는 아동들이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대두되고 70년대 후반에는 이러한 아동을 위해 시카고에 소재한 정신치료 병원이 생길정도로 현재 이 병원에는 생후 9일부터 10살까지의 정신질환 아동 3천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 아동들이 대부분 자녀에게 출세만을 강요한 중·상류층의 가정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에릭슨 연구소의 「바버러·보먼」박사는 『자신의 자녀들이 남보다 뒤띨어 질까봐 안달이 나다못해 거의 정신병 증세를 보이는 부모들이 바로 조기교육에 열올리는 부모』라는 지적대로 영재교육에 많은 문제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현재의 자녀들에게 당장 필요한것은 무모한 영재교육보다는 따뜻한 애정이라는게 유아 교육 전문가들의 충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