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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가이드라인 영향 미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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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2월 7일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지도부 등과 가진 청와대 오찬에서 ‘정윤회씨 비선(秘線) 실세’ 논란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이다. 박 대통령은 같은 달 1일에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조금만 확인해보면 사실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을 관련자들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비선이니 숨은 실세가 있는 것같이 보도하면서 의혹이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대통령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한 달 뒤인 5일 검찰이 “정윤회 동향 문건 내용은 거짓”이라는 결론을 내놓자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대통령 발언에 이어 검찰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측이 ‘조응천 전 비서관이 문건 유출을 주도했다’는 자체 감찰 결과를 검찰에 제출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수사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발언의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어떻게 자신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청와대의 과도한 개입이 발목을 잡아 수사결과의 신뢰도만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재수사나 특검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역대 대통령과 정권 핵심 등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상당수 재수사와 특검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2010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민간인 사찰’ 의혹 수사에서 검찰은 이영호 전 비서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2년 뒤 장진수 전 주무관의 폭로로 재수사에 들어갔고, 이 전 비서관을 구속기소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은 검찰이 2012년 6월 관련자 전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으나 같은 해 10월 다시 특검 수사를 받아야 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검찰에 오는 것도 문제이지만 검찰 역시 정치적으로 민감한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는다는 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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