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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한 창구서 은행·증권 상담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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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증권 업무 보러오신 분 여기로 오세요.” “은행 창구는 저쪽입니다.” 5일 문을 연 NH농협금융 플러스 센터. 서울 신문로 광화문빌딩 10층에 있는 지점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에 증권 창구 6개, 오른쪽에 은행 창구 6개가 나란히 있다. 둘 사이를 나누는 벽은 없다. 순번 대기표를 뽑는 기기 화면 구성도 보통 지점과 다르다. 증권 업무, 은행 일반 창구와 상담 창구 등 3개 버튼이 있다. 이 지점은 은행과 증권 창구가 칸막이 없이 한 공간에 함께 자리잡은 국내 첫 융합형 복합점포다. 안형진 NH농협금융지주 시너지팀장은 “그 동안의 복합점포는 은행 지점 안에 증권사 창구가 세들어 있다 해도 고객 정보와 상담 내용을 공유할 수 없는 형태였다”며 “새로 문을 연 융합형 점포에선 고객이 은행과 증권 상담을 동시에 받아 곧바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꽃집에서 커피를 팔고, 편의점에서 택배를 보내는 세상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융합과 복합이라는 흐름에서 동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신한·KB·하나 등 대형 지주사들은 은행 안에 증권사 창구가 들어가는 ‘점포 내 점포(Branch in branch)’를 10여 년 전부터 운영해왔다. 하지만 계열사 간 고객정보를 공유할 수 없고, 고객 상담도 은행 직원 따로, 증권 직원 따로 해야 해 별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복합점포에 대한 규제를 풀었다. 지주사 간 고객 정보 공유를 보다 쉽게 하고, 복합점포 내에서 은행과 증권사가 상담 공간을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이 결과 5일 문을 연 NH농협은행과 증권의 복합점포에선 한 고객이 은행 및 증권사 직원을 동시에 앉혀 놓고 자산관리 상담을 할 수 있게 됐다.

 복합점포 경쟁은 올해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주사들로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면서 은행과 증권 점포를 줄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광화문에 첫 점포를 낸 NH농협금융지주는 여의도점에 이어 서울과 지방 주요도시 10여 곳에 연내 복합점포를 신설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지주도 은행·증권 복합점포를 13개 새로 낼 예정이다. 계열 증권사와 보험사를 매각한 우리은행도 복합점포를 함께 열 금융회사를 물색 중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달 30일 취임 간담회에서 “증권·보험 부문과 관련해 유수의 마켓 리더들을 선정하고 있고, 전략적 제휴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에겐 빛과 그림자가 함께 드리울 것으로 전망된다. 복합점포의 혜택을 가장 크게 보는 고객은 은행과 증권 양쪽에 여윳돈을 투자할 수 있는 자산가들이다. 은행들도 대개 PB(자산관리) 부문을 중심으로 복합점포를 꾸리고 있다. 반면 복합점포가 늘어날 수록 길거리에서 은행이나 증권지점을 만날 가능성은 작아지기 쉽다. 그만큼 서민이나 고령층이 불편해질 수 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부원장은 “과거 ‘금융플라자’라고 해서 유사한 제도를 시행했지만 실패로 돌아간 전례가 있다. 단순히 공간적 제약을 허무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소비자가 한 곳에서 은행, 증권에 보험 업무까지 볼 수 있도록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고 편의도도 높이는 소프트웨어 측면의 개선 전략이 따라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현숙·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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