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보수적립금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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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구증가와 급속한 도시화 때문에 대도시의 경우 공동주택의 비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동주택의 건설과 매매, 관리와 유지보수는 몰론 공동주거생활에 대한 인식 등 공동주택을 둘러싼 여러 측면에서 갖가지 마찰과 허점이 계속 노출되고 증가되는 추세에 있다.
이런 마찰과 허점, 하자와 분쟁의 근원은 주택정책과 경제·사회적인 여러 제도나 분위기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입주 때까지의 우여곡절은 차치하고라도 공동주거생활 자체에서 빚어지는 마찰도 끊일 새 없이 늘어나고 있다.
건설부가 공동주택관리규정을 고쳐 이런 마찰의 소지를 줄이기로 결정한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조차 없지 않다.
공동주거생활과 관련된 여러 말썽의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건설주체와 입주자 또는 입주자들간에 스스로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당사자간 해결이 불가능한 성질의 것도 적지 않다. 그 대표적인 것이 보수와 수선을 어느 선 또는 어느 기한까지 누가 맡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 쾌적한 공동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관리의 합리화를 어떤 방식으로 확보하느냐의 문제라 하겠다.
대도시주택의 32%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인데 이들 중 상당수가 70년대 초에 건설된 것들이어서 급수·배수나 난방시설 등이 대규모의 수선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실적으로 이에 대비한 장기수선대책을 세워놓은 곳이 드물다는 것이 당국의 조사다.
물론 현재도 수선충당금이라는 항목을 설정, 관리비의 일부를 장기보수비로 비축하고 있으나 당국의 조사결과 대부분이 형식적일 뿐이고 그나마 일부에서는 이 적립금이 유용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적립중인 수선충당금조차 장기계획 없이 급탕, 난방, 승강기 등 경미한 수선비로 활용되고있어 정작 목돈이 들어야할 본격수선에는 별 효용이 없게 되어있다.
따라서 이번에 정부가 이 부분의 규정을 고쳐 장기보수를 의무화한 것은 필요한 조치라 하겠다. 다만 이런 조치가 한꺼번에 입주자의 일방적인 부담증가로 낙착되지 않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공적 검증을 거친 장기계획에 따라 연차적으로 부담을 나눌 수 있도록 행정지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이 문제는 건설업자의 부실공사에 따른 하자보수와 엄격히 구별, 건설업자의 부담까지 업주자에게 전가되는 일이 없어야할 것이다.
또 하나 공동생활의 큰 불편은 관리업무를 둘러싼 분쟁이다. 이는 결국 입주자들의 자발적 관심과 해결이 관건이나 현실적으로 입주자들이 전문적 회계지식이 없으므로 관리업무는 그것이 자치제든 위탁관리든 철저하고 공정한 외부감사를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점에서 관리사무소업무를 정기적으로 공인회계사의 회계감사를 받도록 규정을 고친 것도 잘한 일이다.
다만 공동주택의 종류와 규모가 다양하므로 획일적으로 의무화하기보다는 일정규모이상의 집단주택에 이를 적용하게 한 것은 합리적인 결정으로 판단된다.
공동주택의 관리는 무엇보다도 건설시공자체의 견실함에서 분쟁의 소지를 크게 줄일 수 있으므로 공동주택의 건설감독은 여느 일반주택보다 엄격히 다룰 필요가 있다.
특히 건축경기가 호황일 때 지은 아파트들이 단기간에 하자가 속출하는 일은 늘 보아왔다. 부실하게 지은 공동주택은 아무리 사후관리를 잘해도 한계가 있으므로 공동주택의 준공검사를 철저히 하는 일은 가장 긴요한 과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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