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따뜻 … 그곳엔 '장애인'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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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체장애 1급인 전태만군이 6일 방문한 캐나다 런던시에 위치한 클럽하우스에서 직업 재활훈련을 받고 있는 뇌손상 장애인들과 환담 후 카메라 앞에 섰다.

"나도 앨런처럼 마음 편하게 오래 일할 직장이 있으면 좋겠어요. "

9일 캐나다 토론토 굿윌 매장 계산대에서 일하는 앨런(53)을 만난 정동근(22.정신지체 2급)씨는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앨런은 선천성 뇌성마비에 인지능력과 청각장애가 있지만 같은 직장에서 29년째 일하고 있다. 굿윌은 중고제품을 기부받아 판매한 수익금으로 장애인을 위한 각종 직업 재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비영리기관으로 중증 장애인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

정군은 4년 전부터 장애 청년 30여 명이 근무하는 경기도 고양시의 근로복지센터 '위캔'에서 과자 굽는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처지다. 정군은 "올해 복지사업이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돼 집이 서울인 나는 일 하는 게 눈치 보인다"며 "우리집 근처에는 일할 만한 제과업체나 복지센터가 없다"고 불안해 했다.

정군을 포함한 장애인 청년 5명은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주최한 '장애 청년 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비장애인 협력자 5명과 함께 5~12일 캐나다의 온타리오주를 다녀왔다. 이 프로그램은 신한금융그룹과 중앙일보가 후원했다.

정군과 함께 캐나다를 방문한 전태만(28.지체장애 1급)씨와 이숙영(25.지체장애 2급)씨는 또 다른 면에서 감탄했다. "인도에 휠체어가 무수히 많은 게 인상적이었어요"(전씨), "이 정도면 혼자 쇼핑도 할 수 있겠어요. "(이씨) 거리나 건물에 턱이 거의 없어 휠체어를 타고다니면서도 불편함을 별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체장애인을 위해 다양한 고용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비영리기관인 마치오브다임스도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약 160명의 직원이 온타리오주 내 연간 8000여 명의 장애인에게 고용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관련 예산도 약 1870만 캐나다 달러(약 162억5000만원)나 된다. 전문대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공했지만 직장을 아직 구하지 못한 정태석(24.청각장애 2급)씨는 "개인의 능력과 적성을 충분히 상담하고 그에 맞는 직종을 찾아 훈련시켜주는 것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이들은 장애 아동에게 의료.학습.특기적성 등 통합적 맞춤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동재활병원, 장애 청소년을 위한 캠프, 뇌손상 장애인을 위한 클럽하우스, 캐나다시각장애인협회 등도 둘러보았다.

캐나다 연수팀을 이끌었던 대구대 나운환(직업재활학과) 교수는 "장애인 고용 문제를 의무고용제(할당제)등으로 해결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기본인권 차원으로 접근, 유아기부터 체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이번 해외연수 프로그램에는 캐나다 방문팀 외에도 4개팀이 각각 영국(연수 주제 : 장애인과 첨단과학).호주(이동권).칠레(재활 영역으로서의 예술).탄자니아(빈곤국의 장애인 실상)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재활협회의 유명화 사무총장은 "선진국뿐 아니라 후진국의 장애인 실태까지 직접 체험한 참가자들이 '제도나 정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된 인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토론토=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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