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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풍속 시속 265km 미국 텍사스 '리타'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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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 허리케인 리타가 미국 텍사스만으로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텍사스주 갤버스턴 주민들이 21일 마을을 떠나기 위해 줄지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갤버스턴 AP=뉴시스]

허리케인 리타가 가장 강력한 5등급으로 세력을 키운 채 미 본토로 접근하고 있다. CNN 등 미 언론은 "괴물(monster) 폭풍이 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타의 예상 진로 안에 든 미국 텍사스주 갤버스턴과 휴스턴 등은 초비상 상태다. 멕시코만에 인접한 갤버스턴은 미국 최대의 정유시설 밀집지역이다. 21일(현지시간) 이 지역과 텍사스주 다른 지역, 루이지애나주 일부 지역에 대피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갤버스턴 주민 6만 명을 비롯, 모두 130만여 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기상 전문가들은 리타가 방향을 북쪽으로 살짝 틀어 카트리나로 폐허가 되다시피한 뉴올리언스를 다시 덮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뉴올리언스시 당국은 남아 있던 주민들에게 다시 대피령을 내리는 한편 제방 보강 공사에 온 힘을 쏟고 있다.

◆ 카트리나 악몽 재현되나=갤버스턴은 허리케인에 대한 공포가 유달리 강하다. 1900년 4등급 허리케인이 덮쳐 미 남부의 경제 중심지였던 이곳이 하루아침에 폐허가 됐기 때문이다. 당시 추정 사망자 수는 8000~1만2000명이다. 미 사상 최대 인명 피해였다. 이날 오전 105년 만에 그때보다 더 강력한 허리케인이 다가오고 있다는 예보와 함께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다들 서둘러 짐을 꾸렸다.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주민은 거의 없었다. 도시 바깥으로 나가는 45번 고속도로에는 수천 대의 차량이 몰려 줄이 32㎞에 달했다. 그중에는 뉴올리언스에서 옮겨온 카트리나 이재민 3000여 명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임시 대피소가 마련된 오스틴.러프킨.샌안토니오 등 인근 도시로 발길을 재촉했다.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집은 복구하면 되지만 인명은 그럴 수 없다"며 버몬트에서 코퍼스 크리스티에 이르는 멕시코만 해안 지대 도시 주민들에게도 늦어도 23일 오전까지 대피할 것을 촉구했다.

◆ "이번엔 당하지 않는다"=카트리나로 뜨거운 맛을 본 미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민 대피령을 내리는 등 피해 최소화에 부심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리타가 카트리나만큼 큰 피해를 주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우리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샌안토니오에 트럭 45대분의 식수와 얼음, 25대분의 비상 식량을 준비해놨다. 의료진 400명과 744명으로 구성된 수색 구조반도 휴스턴.샌앤토니오.포트워스 등에 배치됐다.

한편 미 항공우주국(NASA)은 휴스턴에 있는 존슨우주센터를 일시 폐쇄하고 국제우주정거장(ISS) 통제권을 러시아에 넘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1만5000명에 이르는 직원들을 대피시켰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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