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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보문중·고교장 이재복씨〃|불교의 참뜻은 현실속의 자비실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한국불교가 그처럼 소망하는 불교의 현대화·대중화·생활화를 한평생 묵묵히 실천해 오고있는 재가승의 표상인 이제복 대전보문중·고교장(66)-.
『불교신앙은 교리의 책심인 자비를 실천하는 대승보살행이 현실속에서 살아움직일 때 진정한 광명을 발할 수 있다는 신념입니다. 따라서 오늘의 한국불교는 모든 애욕과 세간을 버린 제에사친의 염리를 앞세운 무여리반의 완성불교보다는 인간의 생성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계속 대중속에 뛰어들어 함께 호흡하는 새로운 자세성립이 시급해요.』
그는 동사섭의 대승보살행을 거듭강조하면서도 상구보제의 원초불교를 지향세속적인 것을 모두 죄악시하는 불교계풍조를 신랄히 비판했다.
『유마경』은 번뇌 인보제라고해 세속인간의 욕망이 갖는 가치를 인정했고『제법무행경』은 찬욕 인불생이라고 설파했다는것.
허공이 깨끗하다고 해서 씨앗이 허공에서 생장할수없고 더러운 세상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며 아름다운 연꽃이 진흙탑속의 연못서 피어나듯이 불교가 서야 할 땅은 분명히 번뇌와 욕망이 들 끊는 이 세속이라는 것이다.
『불교의 대중화는 은둔과 압리불교의 자세보다는 현대문화의 특징인 인간욕망의 가치를 인정하는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경허선사의 법어집등에 나오는「주혹방광 색혹복연」이라는 음주·간음의 무애행을 잘못원용, 홋행막식의 타락이 곧 대승불교의 발전인 것 처럼 착각하는 자세는 절대반대라는것이다.
그는 현재 태고종종회부의장, 조계종신도회법사일뿐아니라 불교현대화를 위한 새로운 증단제도의 하나로 자주 거론돼온 교화증·법사·포교사등의 칭호를 모두 다가진 한국의 처사불교를 대표하는 유찬증이다.
청년시절에는 충남불교청년회장으로 불교에 건학이념을 둔 도내최초의 사학인 보문중학(l946년)을 설립됐고, 60년대초의 비구·대처분규 수습때는 불교정화의 기수인 청담·경산스님등과 함께 분규수습 비상종회의원으로 활약하기도했다. 『마음은 늘 불교발전을 고대하지만 분규와 갈등으로 얼룩진 한국불교의 현실에는 많은 아쉬움을 느낍니다』
그는 20여년전부터 대전 선화동에 도시속의 처사운영 사찰인「불교연수원」을 설립, 일요일마다 불자들을 모아 설법을 하고 교리를 강의해 오고 있다.
『불교가 스님들만의 전유물이 되서는 안됩니다. 승단자체도 부처님 당시의 원시불교 때에는 출가자 중심이었지만 이젠 하화중생의 대승행에 앞장서는 재호불교에 역점이 두어져야합니다』.
두발과 양복 때문에 외형상으론「스님」이란 호칭을 못 받는 재복스님은 교학의 기초도 없는 채 알듯말듯한 비문답을 앞세우는 나불교숭상의 풍조만연에도 비판적인 태도였다.
대승의 본래 자세는 미완성의 영원한 구도자로서 허덕이는 중생을 구원하겠다는 자미득도 선도타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엄한 수행을 통한 아라한을 지향한다고, 노상에서 신음하는 분만녀를 자신의 가사장삼으로 감싸 절로 데리고가 구원을 해준『삼국요사』속의 정수대사일화와 같은 보살행을 절대 가볍게 지나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부살생의 계율도 어부를 멀리한 전래의 불가관습 때문에 교회가 빽빽이 들어서는 어촌인근에 불교사찰이 전무한「거룩한불교」의 고집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입니다. 극단적 예지만 오계중의 불망어도 포수에게 쫓긴 사슴을 숨겨준 나무꾼의 거짓말은 선행이 아닙니까』
그는『내가 한중생이라도 제도하지 못하면 마침내 열반에 들지 않겠다』(여일중생미성불격부어차취니원)는『방엄경』구절을 인용, 오늘의 한국성직자들은 비록 부처가 못될지라도 다시 이 세상에 이몸을 받지 않겠다는 부수후유의 완성불교 지향보다는 대중과의 동정심을 실천하는 대승행의 재가불교보급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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