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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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파리의 공동묘지는 도시를닮았다.
바둑판같이 잘정돈된 묘역안의 길에는 묘역밖의 도시모양으로 고유의 거리이름과 번지가 적힌 가로표지판이 질서있게 서있다.
도시의 공원처럼 군데군데 마련된 베치에선 많은 시민들이 책을 읽거나 명상에 잠긴다. 장미꽃 한송이를 들고 망부를 찾는 할머니나 어린딸의 무덤앞에서 떠나지 못하는 젊은 부부도 있다.
온종일, 가족묘지 주위를 말끔히 청소하고 지하의 영혼과 정겨운 대화를 나누는 시민도있다.
그래서 공동묘지에는 인적이 끊기는 날이 없다. 공동묘지는 시민생활의 한 터전이고 묘지방문은 일상생활의한 부분과 같다. 그만큼 공동묘지는 시민들의 손가까이에 있다.
도시의 축소판이라고 하고보니 또 닮은것이 있다. 파리의 주택난만큼이나 유택난이 심각하단 애기다
파리에는 스무곳의 공동묘지가 있으나 이미 포화상태여서 연간 약 2만5천명의 사망자를 편안히 잠재울 자리가 마땅치않다. 묘지총면적이 4백20헥타르나 되지만 화장을 기피하는 전통 때문에 수용에 한계가 있다.
앵글로색슨계나라에선 사망자의 50%이상이, 일본같은데선 80%이상이 화장되고있으나 프랑스에선 1%에도 못미친다.
새로운 공동묘지 건실도 쉽지가 않다.
파리의 공동묘지는 시에서 관리하며 개인에게 「임대」를 준다. 1백년을 시한으로하는 영구임대와 30년, 10년등의 시한부 임대가 있다. 파리의경우 지역에따라 차이가 있으나 임대로는 영구임대가 2평방m에 5천∼1만5천프랑 (약55∼1백65만원) 이다.
이름난 공동묘지는 팽행, 르폐르 라세즈등 네군데이며 르폐르 라세즈는 공동묘지라기보다 「장의예술」박물관으로 불릴만큼 잘가꿔져있다.
영구임대라도 대개 50년이상이 지났거나 10년이상 방치된 묘지는 유족에게 통고한다음 다른 사람에게 새로임대하기 마련이다. 유족이 원하면 다시 임대차계약을 맷어 기한을 연장할 수도 있다. 파낸 관은 화장한다.
가족묘지로 임차한 가정은 맥혈을 깊이파 사망순서대로관을 층층이 쌓아가기도 한다.
관은 시가 전담제작하며 재료에따라 1백95∼1만5천프랑 (약2만2천∼1백65만원)이다. 장의절차는 시산하의 전담기관이나 사실상의사가 맡는데 어느경우건 웬만한 수준으로 치르자면 1만프랑 (약1백10만원)이 든다.
게다가 묘지인부들의 파업도 유족들에겐 큰 고통이다. 80년봄만해도 시산하 묘지인부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며칠씩 파업을 계속, 수많은 주검들이 한동안 냉동실 신세를 지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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