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주운 돈' 반납 행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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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시민들의 '주운 돈' 반납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20대 남성이 대구의 한 횡단보도 앞에서 5만원권 143장, 715만원을 뿌렸을 때 주워갔던 시민들이 돈을 경찰에 되돌리고 있는 것.

대구경찰청은 이달 3일까지 200만원을 회수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달 31일 30대 남성이 "주운 돈을 돌려주러왔다"며 100만원을 처음 경찰서에 반납한 것을 시작으로 이달 3일까지 모두 5명이 각각 5만~100만원씩을 자진 반납했다. 현행법상 성인이 자발적으로 길에 뿌린 돈은 주워가서 돌려주지 않아도 절도죄나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냥 써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돈을 반납하고 있다. 반납 행렬은 "뿌린 돈이 타계한 할아버지가 아픈 손자에게 유산으로 물려준 것"이라는 얘기가 퍼지면서 시작됐다. 경찰에 따르면 돈을 길에 뿌린 A(27)씨는 이날 고물상에서 일하며 모은 800만원과 어머니가 마련한 1100만원, 할아버 유산 2800만원 등 모두 4700만원을 은행에서 인출했다. 그의 가족은 경찰에서 "평소 건강이 좋지 못해 할아버지가 생전부터 늘 손주인 A씨를 챙겼다. 할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일부까지 이날 안타깝게 길에 뿌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자체 페이스북에 이런 사연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시민들에게 자진 반납을 요청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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