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파워 엘리트 대해부] 1. 주변의 '힘센 동창' 갈수록 줄어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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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미 고학력 사회로 접어들었다. 40년 전에는 고교 졸업자 열 명 중 세 명이 대학에 진학했으나 지금은 여덟 명 정도가 들어간다.

이처럼 학력은 높아졌지만 동문끼리 끌어주고 밀어주는 '학연의 힘'은 크게 약해지고 있다는 게 본지 조사 결과다. '학연' 사회에서 능력 중심의 '학력' 사회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력은 좋은 학교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은 결과물로 개인의 능력을 말한다. 반면 학연은 개인의 능력보다 능력을 가진 동창들을 동원할 수 있는 연결된 힘을 의미한다.

우선 한 명이 동원할 수 있는 '힘 있는' 동창 수가 줄어들었다. 특히 포스트386 세대의 경우 평균 106명으로 1950년대생(282명)의 37%에 불과했다. 이는 74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된 고교 평준화와 엘리트 충원 대학의 다양화가 주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주목할 만한 세계 50대 여성 기업인'으로 선정한 SK텔레콤 윤송이 상무가 학력사회 인물의 대표주자다. 그는 서울과학고 조기졸업, 한국과학기술원(KAIST) 수석졸업, 미국 MIT 최연소 박사 등의 경력이 있다. 하지만 윤 상무의 학연 엘리트 수는 50년대생 평균의 2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는 "고교는 3회, 대학은 6회 졸업이라 동문이 많지 않다"고 했다.

한 명 이상의 다른 엘리트와 학교.학과.학위.재학기간 중 셋 이상이 겹치는 '강한 학연'이 있는 엘리트는 전체 분석 대상의 26.7%였다. 이들은 평균 2.9명, 최대 9명만 거치면 서로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로 몰라도 동문의 동문끼리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가다 보면 결국 연결된다는 뜻이다.

학연 응집도는 세대가 변하면서 느슨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집도는 각 학연 그룹의 엘리트가 얼마나 서로 가깝게 뭉쳐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50년대 이전 출생을 100점으로 했을 때 대학원 진학이 많았던 50년대생은 109.7점으로 커졌다가 60년대생에서는 31.5점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신흥 명문인 과학고나 KAIST 등이 등장해 전통 학연 분산이 가속화했기 때문이다.

◆ 탐사기획팀=이규연(팀장), 정선구.양영유.강민석.김성탁.정효식.민동기.임미진.박수련 기자

◆ 제보=, 02-751-5673, 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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