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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거포 쌍두마차 ① 김요한 "세터에게 믿음 주는 공격수 되고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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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민, 김요한(右) [사진 중앙포토]

올 시즌 프로배구는 유례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 속에 치열한 순위다툼이 벌어져서다. 토종 거포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최근 부진했던 김요한(30·2m·LIG손해보험)과 문성민(29·1m98㎝·현대캐피탈)은 국내 선수 득점 1,2위를 달리고 있다. 뛰어난 외모와 기량을 겸비한 둘은 대학 시절부터 라이벌로 꼽혔다. 두 선수에게 서로에 대한 이야기와 외국인선수에 쏠린 공격 비중, 앞으로의 목표 등을 물었다. 김요한과의 인터뷰는 LIG손보의 연습체육관이 있는 수원 인재니움에서 이뤄졌다.

-지난 2년보다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시즌 들어가기 전에 몸을 잘 만들었다. 초반에 비해 점점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는데 안 떨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현대캐피탈을 3-2로 꺾고, 천안 원정 26연패를 깼다.

"나도 그렇고 다른 선수들도 그렇고 천안에서 꼭 이기고 싶었다. 극적으로 이겨서 더 기뻤다. 다른 경기였어도 그 점수(5세트 12-14)에서 역전했으면 좋았을텐데 현대라서 더 좋았다. 묘하게 삼성화재를 만나면 자신이 있는데 현대와 경기를 하면 잘 안 풀린다."

-2010-2011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승리(삼성화재전)보다 더 좋았나.

"그 때는 두 번 먼저 이겨야 하는데 한 번 이긴 거였기 때문에 즐길 수 없었다. 사실 이번 승리가 더 좋았다."

-올해 2단 오픈 공격이나 3인 블로킹에서 공격하는 빈도가 늘어났다.

"내가 고참이기 때문에 어려운 공을 때려야한다는 생각이 있긴 하다. 솔직히 재작년, 작년에는 손등 부상도 있어서 외국인선수에게 많이 갔다. 에드가가 몸이 더 좋으면 에드가한테 공이 많이 가고, 내가 좋으면 나한테 많이 오는 것 아니겠나. 결국 내가 우리 팀 세터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게 공을 올려줄 수 있다."

-이번 여름 훈련량이 많았다고 들었다.

"열심히 안 하는 팀이 어디 있나. 올해 같은 경우에는 대표팀에 가지 못해서 팀 훈련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대표팀에 가면 경기를 뛰기 때문에 준비를 하기 어려운 것이 맞다."

-인천 아시안게임 결과(동메달)가 좋지 않아 본인도 아쉬웠을 것 같다.

"물론이다. 친구들이 이번 대표팀 주축이었고, 나도 월드리그 전까지 같이 훈련을 해서 더 아쉽다. 나는 혜택(2006년 도하 대회 금메달)을 받았기 때문에 다른 동료들도 그랬으면 했는데."

-요즘 토종 선수들이 리그에서 제 몫을 한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선수에게 공이 집중되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선수들이 70~80% 점유율을 차지할 수는 없으니까 국내 선수들이 해줘야 할 몫이 있다. 개인적으로 외국인선수제도에 대한 고민이 많다. 장단점이 있다. 볼 거리가 많아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의존도가 높아지면 국내 경기는 괜찮아도 아시안게임같은 국제대회 경쟁력에 문제가 생긴다. 어려운 순간에 외국인선수가 공을 다 때리다 보니 국내 선수들이 그런 순간을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한 힘이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국내 선수들이 더 잘해야하는 것도 있다. '내가 어려울 때 처리해야지'라는 생각도 하지만 어떨 때는 용병들이 키가 더 크고 힘이 좋으니까 의지하는 경우도 생긴다. 슬픈 게 자라나는 꿈나무들 사이에 라이트가 기피 포지션이라고 하더라. 정통 왼손잡이 라이트인 김정환, 서재덕이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레프트로 팀에서 뛴다. 외국인선수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슬프다."

-외모가 늘 부각된다. 부담스럽지는 않나.

"어릴 땐 좀 그랬다. 신인 때 대표팀에서 부상을 입고 입단했다. 몸도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큰 기대만큼 결과를 내지 못했다. 급해지면서 또 다쳤다. 그러다보니 욕도 많이 먹고 힘들었다.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얼굴로 떴다'였다. 하지만 얼굴로 대표선수를 뽑는 건 아니잖나. 깎아내리기 좋아하는 말을 하는 분들도 있으니까 감수해야한다. 물론 얼굴로 내 이름이 더 빨리 알려진 건 맞다. 그래도 지나고 보니 지금의 내가 있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김요한에게 문성민은 어떤 사람인가.

"조금씩 생각이 바뀌긴 하는데 일단은 라이벌이다. 대학 시절 서로에게 자극이 많이 됐다. 매번 결승에서 만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대표팀에도 같은 해에 들어갔다. 좋은 라이벌의 존재가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성민이가 있어서 자극이 많이 됐고, 더 잘 컸던 것 같다."

-문성민이 2008년 독일에 갈 때 부럽지 않았나.

"부러웠다. 나도 졸업하면서 해외 진출에 대한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민이는 실력도 있었고, 잘 풀렸다. 근데 휴가 때 한국에서 만나면 많이 외롭다고 하더라. 그래서 한국에 왔을텐데 안타까웠다."

-결혼 생각은 없나.

"결혼한 사람들이 다 '늦게 하면 늦게 할수록 좋다'고 하더라.(웃음) 근데 솔직히 난 부럽다. 예전에는 선배들 결혼식에 많이 갔는데 어느새 친구와 후배들 결혼식장에 간다. '넌 대체 언제 결혼하느냐'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이제는 그 생각부터 한다."

-이제 팀에서 고참이다.

"예전과 달라진 건 없다. 하지만 팀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긴 했다. 고참이 되긴 했지만 기둥인 (이)경수 형이 큰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다. 이제 KB로 팀 이름이 바뀌는데 솔직히 아쉬움이 있다. 2013년 컵대회 우승이 있긴 하지만 좋은 성적을 못 냈기 때문이다. 이제 섭섭함보다는 새로운 역사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있다. 사실 '조금 빨리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새로운 마음으로 심기일전하고 싶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4일 KB금융지주의 LIG손보 인수를 승인했다. 이달 내로 새로운 팀명과 유니폼을 사용할 예정이다.

-팀이 6위(2일 현재)다. 현실적인 목표는.

"3년째 플레이오프에 못 갔으니까 올해는 꼭 가고 싶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보고 싶다."

수원=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김요한은…
생년월일 : 1985년 8월 16일
출생지 : 광주광역시
체격 : 2m·95㎏
포지션 : 레프트
출신교 : 상무중-광주전자공고-인하대
프로 경력 : LIG손해보험(2007~)
별명 : 배구계 강동원, 쌔미
올 시즌 성적 : 득점 6위, 공격종합 7위, 퀵오픈 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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