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소련군사력」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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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의 시각>
미국주요신문들은 9일 발표된 국방성의 「소련군사력 l983」을 새로운 자료로서뿐 아니라 의회에서 국방예산을 원안대로 승인 받기 위한 「레이건」행정부의 홍보노력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의 보고서는 2월말 의회에 제출된 국방보고서와는 달리 의회보다는 국민들과 해외에 직접 소련군사력의 위협을 홍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작성된 듯하다. 미국행정부는 국방문제에 관해 두가지문제에 고심하고 있다. 하나는 2천7백40억달러에 달하는 사상최대의 국방예산을 의회에서 원안대로 승인 받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금년 말부터 시작될 퍼싱 및 크루즈미사일의 유럽배치를 계획대로 추진하는 일이다.
경제난국을 맞아 다른 예산을 모두 삭감하면서 유독 국방예산만 10%증가하는데 대해 일반국민들뿐만 아니라 공화당과 국방예산을 지지하는 세력에서도 반발이 일고있다.
의회 내에서는 국방비 증가분을 5%정도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다. 국방비증강을 지지하는 보수적 연구단체인 워싱턴의 「헤리티지재단」까지도 최근 한보고서에서 『국방비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국방노력을 지지하는 여론이 침식되어 가고있다』고 우려한 것은 국방비에 대한 여론이 심각한 국면에 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공화당정책을 대체로 지지하는 월스트리트저널지는 최근 『「레이건」행정부의 국방정책은 돈을 쏟아 붓고 장군들이 구매목록을 작성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인데 이건 잘못된 것이다』고 불평했다.
의회에서는 『국방이 안보의 전체가 아니다. 건전한 경제도 안보의 중요한 요소다』면서 긴축시대에 군비를 늘리는데 대해 반대하는 소리가 공화당의원 쪽에서까지 들리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81년 9월에 출간된 『소련군사력』 제1집을 보완해서 그 동안에 증강된 소련군사력 현황을 소개하는 원래의 목적 외에 이와 같은 여론에 「충격요법」을 주어서 국방에 대한 이해를 설득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리고 소련군비증강의 위협적 측면을 소개하는 것은 NATO회원국에 대해서도 설득효과가 있을 수 있다. 「와인버거」장관의 브리핑이 유럽쪽으로 실황중계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 같다.
미국은 금년 말부터 1백8기의 퍼싱Ⅱ미사일과 4백64기의 크루즈미사일을 유럽5개국에 배치하기로 되어있다. 이들 미사일의 배치가 확정돼야만 미국은 소련의 SS-20미사일 철수를 요구할 수 있는 협상카드를 쥘 수 있다. 「레이건」대통령이 주장해 온 이른바 제로옵션(영의 선택)의 성패는 바로 여기에 달려있다.
그러나 핵동결운동이 유럽 곳곳에서 무시 못 할 여론을 일으키고 있어 그런 계획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서독에서 「쿨」수상의 기민당이 최근 선거에서 승리해 큰 걱정은 덜었지만 아직도 핵반대운동은 정치적 잠재력을 갖고있다.
그런 서방여론의 엉거주춤한 자세에 소련의 군사위협을 강조한 이 보고서내용은 미사일배치쪽으로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워싱턴=장두성특파원】

<일본의 관점>
일본조야는 일본에 대한 소련의 잠재적인 위협이 늘고있는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나까소네」(중백근강홍)일본수상은 10일 참의원예산위원회에서 미국방성이 발표한 『소련군사력 1983』보고서에 언급, 『소련이 극동지역의 군사력진출에 예상외로 열을 올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베」(안배진태낭)외상은 이 위원회에서 소련이 SS-20미사일을 극동지역에 배치하고 일본 북방 4개 도서에도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대해 일본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증언했다.
특히 일본측은 소련이 보유하고 있는 SS-20중거리 핵미사일의 3분의1인 1백여기가 시베리아중앙과 바이칼호동쪽에 배치돼있고 백파이어장거리폭격기도 사할린건너편의 연안도시인 소비에츠카야가반과 바이칼호서쪽 이르쿠츠크에 약 70대가 배치돼있는데 크게 신경을 쓰고있다. SS-20은 물론 중공과 동북아의 미군군사기지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일본열도전역이 미사일의 사정권에 들고있어 일본의 큰 위협이 되고있다.
10일에 열린 참의원예산위원회에서는 방위청의 「아라이」(신정홍일) 참사관은 소련이 일본북방 에또로후(택착)에 미그-21기 11대를 배치하고 있으며 이들의 활동과 관련, 일본자위대기가 3회나 긴급발진한 일이 있다고 증언했다.
소련미그기의 활동과 더불어 일본근해에서 소련잠수함들의 활동이 증가되고 있다는 증거가 잡히는 등 일본에 대한 소련의 위협은 현실로서 나타나고 있다.
소련은 특히 미-일-중공을 연결하는 협력체제의 등장가능성에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미국이 북해도에 최신예기를 배치하려는 계획을 밝히자 일본에 대한 핵보복위협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일본정부당국자들의 참의원증언에 대해 일본언론들은 소련군의 대일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하고 9일 발표된 미국의 국방보고서와 함께 앞으로 일본의 방위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요미우리(독매)신문은 11일 『용인할 수 없는 소련의 군사력증강』이란 사실을 통해 소련이 극동지역에서 핵·비핵전력을 증강하고 우주군사무기개발에 우위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 주의를 환기하면서 일본을 포함, 극동의 어느 나라도 소련을 공격할 의사가 없는데 이처럼 무력을 증강하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강경히 비판했다. 동시에 이같은 소련의 자세는 오히려 역효과만 낼 것인 만큼 국제적인 군축노력에 성의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산께이신문도 소련의 극동전략이 강대한 군사력을 배경으로 일본을 위협, 미·일 이간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일본이 전후 서방측의 일원이라는 입장을 선택했음을 강조, 자체방위력증강에 착실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야당인 일본사회당도 소련에 대해 대일핵무기불사용선언을 촉구하고 극동지역에 대한 SS-20중거리핵미사일 배치를 반대하는 의사를 소련측에 전달하는 등 소련의 극동지역에 대한 압력증대에 거부반응을 보였다. 【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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