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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지방화, 대학이 앞장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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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88올림픽과 1990년대, 그리고 국민소득 1만 달러를 전후해 우리 사회에서는 세계화.지방화라는 말이 자주 언급됐다.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제품을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이를 위해 뛰어난 인재 육성, 첨단 과학기술 및 국가 차원의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 등을 세계화의 전초작업으로 꼽았었다. 그러나 세계화는 그 밖에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의무를 다함과 동시에 남을 배려할 줄 아는 포용력을 발휘함을 말한다. 우리의 문화, 사고방식, 행동 규범을 포함해 모든 면에서 우리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지방화는 비정상적으로 왜곡된 우리의 지역적 현실을 수정하는 작업을 필요로 한다. 수도권 과밀, 강남지역의 집값, 공교육의 부실화, 사교육의 비대화, 대학 입시제도 갈등 등 이런 것들 모두의 근본 원인은 국토의 균형발전이란 지방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50여 개 주는 주마다 주립대학이 있다. 또 그들의 분교가 주 내의 여러 도시에 설립돼 있다. 그들 주립대학은 각 주에서 인재 양성의 축을 이루고 있으며 교육뿐 아니라 예술.스포츠 등의 문화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러 주립대학은 학문과 예술, 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으며 지역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지역의 고등학교 교육과 연계돼 학생들에게 각자에 맞는 다양한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등록금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거주지 주립대학을 선택하거나 각자의 취향에 맞춰 타 주의 주립대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어떤 획일화와 서열화가 고착되는 것을 막아 나라 전체의 효율적 발전을 도모한다.

우리나라의 지역적 현실은 21세기를 맞이한 지금도 왜곡돼 있고 국토의 균형발전은 아직도 요원하다. 그럼에도 세계화.지방화를 달성하기 위해선 우선 지방의 대학들이 제 역할을 다 해내야 한다. 대학은 인재를 양성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곳이다. 특히 우리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돕기 위해선 그 밑받침이 되는 과학기술의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제 우리는 총칼로 싸우는 시대가 아니라 경제력과 기술 경쟁력으로 싸우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선 각 대학이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하고, 또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합리적 정책을 폄으로써 지방화와 세계화의 꿈을 이뤄가야 한다. 국토의 어디라도 빠른 전철로 연결된 선진 일본의 모습을 부럽게 바라본 적이 있다. 우리도 전국의 신경망과 동맥의 역할을 할 고속철.전철이 전국 곳곳에 연결돼 앞으로 국토의 균형발전과 사회 갈등을 치유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세계화와 지방화는 서로 통해 있다. 지방 대학들의 자기 노력, 또 국가의 균형발전 정책을 통해 국민소득 연 2만 달러, 3만 달러 시대, 그리고 선진국 진입의 꿈이 조속히 달성되기를 소망해 본다.

이시우 포항공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