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흘러든 1조 달러, 미국으로 역류할 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올해 글로벌 자금시장의 태풍의 눈은 달러 캐리 트레이드(Carry-Trade)다. 미국의 기준 금리가 제로 수준까지 떨어지고 지난해 10월 말까지 양적 완화(QE)가 지속하면서 투자자들이 달러를 빌려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좇아 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게 달러 캐리 트레이드다. 이 돈이 주로 흘러든 곳은 신흥시장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유럽 자금시장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2조 달러(2200조원) 정도가 신흥시장으로 유입됐다”고 추정했다.

 이제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미국으로 역류할 조건이 무르익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돈은 한 발 앞 서 움직이는 법. 미국 실물 경제 지표나 통화정책 담당자의 발언 등을 보고 미리 움직일 수 있다. 러시아나 베네수엘라 위기 등 불안 요인이 달러 캐리 트레이드 역류 흐름을 빠르게 만들 수도 있다. 그때마다 채권과 주식 가격 등이 요동칠 수밖에 없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 역류는 늘 뜻밖의 나라를 뒤흔들어 놓곤 했다. 올해는 어느 나라일까. 스위스 금융그룹인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을 꼽았다. UBS는 “1조 달러 정도가 중국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FT가 추정한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 가운데 절반이 중국으로 유입됐다는 얘기다.

 더 놀라운 점은 “1조 달러가 중국 그림자 금융을 통해 부실 기업과 지방정부 등에 대출됐다”(UBS)는 사실이다. 그림자 금융은 중국 정부 손아귀를 벗어나 있는 신탁계정 등이다. 중국 금융시장의 블랙마켓인 셈이다. 이곳과 달러를 맺어준 플레이어는 중국 수출기업이다. UBS는 “중국 수출기업이 신용장을 홍콩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수출 대금을 할인해 달러를 확보한 뒤 그림자 금융시장에서 굴렸다”며 “수출기업은 연 2~3%포인트 금리차를 수익으로 챙겼다”고 설명했다. 이런 식으로 조달된 달러 자금은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엔 잡히지 않는 외채다.

 UBS는 “달러 강세로 위안화 값이 올해 5.7% 정도 떨어질 수 있다”며 “실제 위안화 값이 떨어지면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달러 자금이 빠르게 중국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조 달러 이탈은 중국 금융시스템에도 버거운 충격이 될 수 있다.

강남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