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원 드는 집 등기 직접했더니 1만8천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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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결혼 10년 만에 내 집을 마련한 주부 金모(38)씨는 며칠 전 단돈 1만8천원(세금 제외)만 들여 집 등기를 마쳤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무심코 법무사 사무실을 찾아갔다가 "수수료만 80만원"이라는 말에 기겁을 하고 나온 지 이틀 만이다.

토지대장.건축물관리대장.등기부등본 등 구비용 서류를 발급받은 뒤 인터넷 셀프 등기 사이트를 이용해 손쉽게 등기 신청을 한 것. 그는 이렇게 해서 절약한 78만원으로 김치냉장고를 샀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하도록 도와주는 이른바 '셀프 산업'이 인기다. 1998년 외환 위기 못잖은 불황이 가져온 현상이다. 이사철인 요즘 金씨가 이용한 '나홀로 등기'는 특히 인기다.

셀프 등기 전문 S사이트의 김필범 팀장은 "절차가 복잡한 부동산 등기 신청은 법무사를 통해야 한다는 생각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요새 하루 상담전화만 1백통"이라고 말했다. 인터넷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50대 이상의 이용도 늘고 있다고 한다.

변호사 없이 소송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서류 준비를 안내하고 법률 자문도 해주는 ○사이트는 1분기 동안 신청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배 이상 늘었다. ○사이트는 상근 변호사들이 5백만원 이하 소액재판 건을 온라인 상담해준다.

쇼핑매장의 '절약 상품'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K할인매장 강남점의 경우 집에서 드라이클리닝 효과를 내며 빨래할 수 있는 홈드라이 세제(7천원대)가 20% 정도 더 팔린다.

11일 이곳에서 만난 주부 정여진(29)씨는 "남편 양복을 제외한 털.실크 소재 옷은 집에서 세탁한다"며 "세탁소에선 한 벌에 2천~7천원이지만 7천원짜리 세제로 1백벌은 세탁할 수 있다"고 했다.

동전 투입 방식의 셀프 세차장이 호황을 타면서 셀프세차장도 는다. 셀프 세차장 장비 제조업체인 S사 박양진 대표는 "다른 사업들은 불경기라지만 우리는 매출이 지난해보다 20%쯤 올랐다"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셀프 세차 동호회 사이트를 만들어 장비 품평 정보까지 주고받는다"고 전했다.

이철재.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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