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학원에도 "일류병"| "붙고 보자"…대리시험·커닝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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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재수학원에도 일류병이 번지고 있다. 사실 학원수강생 선발시험이 실시되고있는 요즘 일부 유명학원에 지원한 재수생 가운데는 명문대학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동료들을 동원 ▲시험장에서 정답쪽지 돌리기 ▲시험지 바꿔치기 ▲대리시험 ▲원서의 사진 바꿔치기 등의 부정행위를 하다 무더기로 적발되는 사태를 빚고 있다. 서울 D학원의 경우 2백40여명이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돼 입학자격을 잃었으며 C학원 1백80여명, Y학원 1백여명, K학원 80여명에 이르고있다.
이 같은 현상은 대부분의 재수생들이 지난해부터 고교에서의 입시준비교육전면금지로 전문사설학원에 들어가면 학력고사를 보다 잘 치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학원마다 정원이 정해져 있는 데다 올부터 고득점 재수생이 속출, 교육여건이 좋은 유명학원으로 몰려 학원등록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
사설학원관계자들이 2일 밝힌 바에 따르면 서울C학원은 최근 실시한 수강대상자선발시험에 정원(3천2백명)의 2배가 훨씬 넘는 지원자 8천여명 중 1백80여명이 부정행위로 적발됐으며 이들 가운데는 우수한 동료를 동원하기 위해 금품이나 향연을 제공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또 D학원(정원3천8백명)은 수험생 1만1천여명 중 시험장에서 부정행위로 적발된 1백40명을 퇴장시키고 등록과정에서 대리시험·사진 바꿔치기 등 뒤늦게 부정 행위가 드러난 1백명에 대해 등록을 못하도록 했다.
이들 중 올해 서울K고교를 졸업, 학력고사성적 2백96점으로 가톨릭 의대에 합격한 P모군(20)은 같은 반 친구인 C군(20·학력고사2백44점)의 요청을 받고 C학원에 대리시험을 치르러갔다가 동창 중 전교수석을 비롯, 서울대·연대 등에 합격한 10여명이 또 다른 친구의 대리시험을 위해 나온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서울 S고 출신 L모군(20)은 재수를 하게된 4명의 동창친구부탁을 받고 서울 D학원에 4병이 모두 옆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원서를 접수한 뒤 커닝을 하는 수법으로 3명을 합격시켰다고 했다.
이처럼 고득점자들이 대리시험에 동원되자 학력고사 2백50점이하의 중하위권은 물론 2백70점이상의 상위권학생까지 3백점 이상의 고득점동료를 경쟁적으로 동원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학력고사에서 2백80점을 얻고도 서울대 인문대에 낙방한 서울B고교 S군(19)은 2백44점을 얻었던 동료C군(20)이 3백20점으로 서울대 법대에 합격한 동료를 대리시험에 동원한다는 말을 듣고 3백점을 얻은 동료J군(19)에게 3만원을 주고 D학원선발시험에 동원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커닝 페이퍼를 미리 준비하는 부정수법은 시험과정에서는 적발하기가 어려워 확실한 숫자는 모르지만 중간시험을 치러보면 평균성적에 훨씬 못 미치는 수강생이 10%이상에 이르고 이들의 대부분은 그 같은 수법을 포함한 갖가지 형태의 부정합격자들인 것 같다고 학원관계자들은 말하고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학원관계자들은 『35만명이 넘는 재수생에 비해 이들을 수용·교육할 수 있는 학원정원은 전국 1백56개학원에 10만명이 채 못돼 경쟁은 불가피하고, 학원의 질에 관계없이 수강료가 일정해 「명문학원」수강을 위해서는 갖가지 방법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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