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특위장 수락한 주호영 "아버지, 연금 깎을지도 몰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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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새누리당 주호영(사진) 정책위의장이 30일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위원장직을 맡겠다고 밝혔다.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제 임명’을 하자 “고민해보겠다”며 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하다 결국 고집을 꺾었다.

 주 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더 끌어서 될 일도 아니고 최고위에서 결정했고 (여야) 간사들이 서로 적극 노력하겠다고 하니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특위 간사는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이 맡는다. 그러면서도 주 의장은 “반드시 개혁을 하긴 해야 하는데 ‘짚신 장수와 우산 장수 아들’을 둔 부모 마음처럼 세금 내는 사람과 연금 받는 사람 사이에 위치를 정하기 어렵다”며 여전히 난감해했다. 비가 오면 고민(짚신 장수)이고 안 오면 고민(우산 장수)인 아들을 둔 부모처럼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면 연금 수급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안 하면 국민의 세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고민이라는 뜻이다.

 당장 판사 출신인 주 의장 자신이 이달부터 공무원연금 수급 대상자였다고 한다. 주 의장의 부친도 퇴직 교육자로 연금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주 의장은 “(제가) 이해관계 당사자이기도 해 제일 먼저 어른(아버지)께 전화해 ‘아버지, (연금을) 깎을지도 모르는데 도와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지역구가 ‘교육특구’라 불리는 대구 수성구란 점도 그에겐 부담이다. 주 의장은 “수성구가 현직 교육자 및 퇴직 교육자 숫자가 전국에서 단연 1등인 지역이고 인근 경북의 많은 선생님이 저희 지역에 거주하기 때문에 부담이 많다”고 말했다.

 특위를 구성하는 것조차 진통을 겪을 정도니 연금 개혁안을 마련하는 과정은 더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금개혁특위 구성안은 지난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31일 첫 회의를 소집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새누리당뿐 아니라 새정치연합 또한 공무원들의 반발을 의식해 위원으로 활동하겠다고 손드는 의원이 부족한 상태다. 30일 현재 새정치연합은 6명의 위원 중 4명(강기정·김성주·김용익·배재정 의원)만 확정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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