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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판매량 폭증하는데 유독성 강해 보관 잘못하면 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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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새해 담뱃값 2000원 인상을 앞두고 전자담배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몰 G마켓이 이달 1일~22일에 판매한 전자담배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배 늘었을 정도다.

<중앙일보 2014년12월30일자 B7면

하지만 안전성과 가격 등 따져볼 것이 많다. 회사원 전모(32)씨는 30일 서울 을지로에 있는 전자담배 가게를 처음 찾았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전자담배는 펜처럼 생긴 기기에 니코틴이 든 용액을 넣고 수증기 상태로 흡입한다. 니코틴이 희석된 용액 한 통 가격이 3만8000원인데, 향이 들어있는 희석용 용액(향액)과 니코틴 원액을 따로 파는 ‘분리형’을 구입하면 3만원이라는 것이었다. 전씨는 “분리형은 세금을 적게 내기 때문에 값이 싸고, 니코틴 혼합 농도도 취향에 맞게 마음대로 섞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해 솔깃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행 세법상 분리형은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다. 니코틴 용액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니코틴이 희석된 용액의 경우 20mL에 1만6420원의 세금이 붙는데, 따로 팔 경우에는 19mL의 희석용 용액은 제외하고 니코틴 1mL에 해당하는 821원만 부과된다. 20배 이상 차이다. 새해에 담뱃세가 인상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희석된 용액은 3만5980원의 세금이 붙는데, 따로 구입할 경우 1799원으로 3만4181원이나 차이가 난다.

세금 격차가 더 벌어지는만큼 새해에 ‘분리형’의 가격 할인률도 더 높아지는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니코틴 원액을 소비자가 직접 섞어 사용하는데 따른 위험도 있다. 니코틴 원액의 경우 유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달 9일 미국 뉴욕주에서는 한 살짜리 아이가 유리병에 담긴 액상 니코틴을 마시고 숨졌다. 미국독극물통제센터협회(AAPCC)는 “유아에겐 액상 니코틴 한 티스푼 분량도 치사량”이라고 성명을 냈다. AAPCC에 따르면 올해 전자담배용 액상 니코틴에 따른 사고는 2700여건으로 피해자 절반 이상이 6세 미만의 어린이다. 하지만 전자담배용 액상 니코틴 병에는 어린이가 여는 걸 방지하는 특별한 장치가 없다.

 성인도 사고에서 안전하지는 않다. 미국에서는 전자담배를 침대 옆에 두고 자다가 니코틴액이 쏟아져 피부에 닿는 바람에 심장마비를 일으킨 여성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니코틴 원액의 위험성이 덜 알려진 편이다. 전씨는 “니코틴 원액은 취급을 조심해야 한다거나 얼마 이상 섞으면 위험하다는 설명은 가게에서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구희령·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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