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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교사 71명 적발… 수련회 대행업체서 금품·향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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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기도 A초등학교 학생 400여 명은 지난해 6월 강원도 횡성으로 수련회를 떠났다.

참가비는 2박3일에 5만원. 이 학교 교장 강모(57)씨는 수련회를 특정 대행업체에 맡기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참가학생 1인당 3000원씩 120만원을 리베이트로 받았다.

서울 강서지구 스카우트연맹은 지난해 1월 겨울 스키캠프를 치렀다. 1인당 15만원씩의 참가비를 내고 700여 명의 학생이 캠프 행사에 참가했다. 참가비 중 2만5000원은 캠프를 주관한 Y초등학교 교사 주모(42)씨의 몫. 주씨는 스카우트 지원금 명목으로 대행업체로부터 1800여만원을 챙겼다.

서울경찰청은 14일 수련회 행사를 대행업체인 한국청소년문화협회에 맡기는 대가로 수백만원씩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현직 초.중.고 교사 71명을 적발해 이 중 34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교사들이 행사 대행 문제를 상담할 때부터 참가학생 1인당 3000~2만5000원 정도의 리베이트를 업체에 요구했으며, 추가비용은 고스란히 학생 참가비에 얹었다"고 밝혔다. 경찰이 공개한 이 단체의'행사 결과 보고서'에는 수련회에 동행한 교사들의 접대 요구사항들이 상세히 적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6월 서울 K중학교 춘계 수련회에 동행한 여교사 11명은 접대를 요구해 일식집에서 식사를 한 뒤 전신 경락 마사지를 받았다.

지난해 6월 춘계 수련회에 동행한 서울 S초등학교의 경우 교사들은 골프연습장 사용권과 양주를 요구하는 등 접대를 받았다. 조사 결과 교사들은 계약서에 '교사 숙식제공'이라고 명시할 경우 출장비가 지급되지 않는 점을 고려해 자신들의 경비를 고의로 계약서에서 누락시켜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돈과 향응을 제공받은 교사들은 대부분 '관행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자세로 일관했다"며 "교사들의 도덕 불감증이 심각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1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교사 주모씨 등 2명과 돈을 건넨 대행업체 대표 양모(44)씨에 대해서는 보강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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