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중진 몰락하고 보수파 새 피 수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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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1일 치러진 일본 총선에서 자민당의 극우파 중진들이 대거 몰락했다.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촉구하고 역사교과서 왜곡을 전면에서 지원한 인사들이 영향력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등장한 자민당 정치 신인들의 의식 또한 '진 별'들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극우파 의원 전멸=자민당의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은 과거사를 왜곡해 문제를 야기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이곳은 자민당 아베 신조(安倍晉三) 간사장 대리가 사무국장을 맡았던 단체로 사실상 정치권의 새역모 후원회에 해당한다.

이 모임의 회장인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53)는 우정 민영화 법안 표결에서 반대해 당에서 쫓겨났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지만 자민당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또 이 조직의 간사장인 에토 세이이치로(衛藤晟一.58) 전 후생노동성 부대신 역시 자민당에서 밀려난 뒤 무소속으로 나왔지만 낙선했다. '야스쿠니 참배를 지지하는 소장파 국회의원 모임'의 간부들도 패배했다. 4선으로 회장을 맡고 있는 마쓰시타 다다히로(松下忠洋.66) 전 내각부 부대신이 낙선했다.

또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 우표 발행을 적극 추진하는 의원연맹인 국가기본정책협의회 회장인 모리오카 마사히로(森岡正宏.62) 전 후생노동성 정무관도 낙선했다. 그는 여러 차례에 걸쳐 "A급 전범은 죄인이 아니다"라는 망언을 했던 인물이다.

◆ 정치 신인들도 보수 성향 뚜렷=이번에 처음 당선된 자민당의 정치 신인들은 모두 83명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직접 찍어 공천했다는 이유로 '고이즈미 칠드런(children)'으로 불린다. 평균 연령이 44.8세이고 여성이 16명이다. 여성 당선자 중에는 제네바 군축대사를 지낸 이노구치 구니코(猪口邦子.53) 조지(上智)대 교수, 재무성 엘리트 관료 출신인 가타야마 사쓰키(片山さつき.46), 경제전문가인 사토 유카리(佐藤ゆかり.45) 등 이번 선거에서 인기 스타로 떠오른 인사들이 다수다. 이노구치는 외상 후보로 거론된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이 13일 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정치 신인의 대다수가 보수적 성향을 보였다. 평화헌법의 개정에 대해선 단 한 명만이 "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선 "계속 참배"가 49%로, "자숙해야"의 7%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자민당 전체 당선자(계속 참배 41%, 자숙해야 10%)의 의견보다 더 보수적인 것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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