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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남북경협 북한 손에 놀아나지 않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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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현대의 대북 관광사업을 둘러싼 혼선이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현대는 대북사업 전반을 포기할 의도가 있음을 비췄고, 북한도 어제 열린 개성관광 실무협상을 결렬시키는 등 현대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이 롯데관광에 개성관광 사업을 제의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누구를 믿고 대북투자를 하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런 사태가 빚어진 데에는 북한과 현대, 정부 모두에 책임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상호 신뢰라는 상거래의 기본을 저버리고 억지를 부리는 북한의 막무가내식 태도다. 북한은 '주요 명승지 개발 및 운영'을 포함한 이른바 '7대 경협 사업권'을 현대에 주면서 5억 달러를 챙겼다. 지난 7월엔 현대와 개성.백두산 관광사업에 합의했다. 그럼에도 비리 혐의로 해임된 인사의 복직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각종 계약을 헌신짝처럼 버리니 누가 북한의 말을 믿겠는가. 북한이 이런 몰상식한 행태를 지속한다면 남측 기업의 대북투자는 물건너간다는 점을 명심하라.

현대도 반성할 대목이 있다. 북한과 사업에 합의할 때 투명성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 그것이다. 실무자 간의 꼼꼼한 계약서 체결보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한 실세들과의 교분을 통한 그들의 '언질'을 더욱 중시했다. 이러다 보니 북한의 태도 돌변 시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이제라도 독점권을 인정받은 합의서가 있다면 공개하라.

정부도 마찬가지다. 금강산 관광 등 현대의 대북사업에는 세금이 들어갔다. 따라서 정부로선 사업이 제대로 되는지 감독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잘 돌아가면 '햇볕정책의 옥동자'라고 생색을 내고, 문제가 생기면 '민간기업 차원의 일'이라며 뒤로 빠진다면 직무유기일 뿐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북한의 억지에 당당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끌려다닌 데에서 비롯된 것임을 정부와 해당 기업은 알아야 한다. 남북경협이 더 이상 북한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식이 되지 않도록 발상을 전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