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잠깐 보험약관 읽어보셨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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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묻지마'식으로 보험에 드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보험상품이 어떤 경우에, 무슨 보장을, 얼마나 해주는지 찬찬히 따져보지 않은 채 무턱대고 가입하는 것이다.

예컨대 건강보험의 경우 '암에 걸리면 1천만원을 준다더라', 어린이보험은 '집단 따돌림을 당해도 보상해준다더라'는 정도만 파악하고 드는 식이다.

하지만 보험은 보험회사와 가입자가 맺는 복잡한 내용의 계약이다. 보험사는 계약서(보험의 약관)에 명시된 내용에 대해서만 약속한 보험금을 지급한다. 약관 내용을 잘 모르고 막연히 보험금이 나올 것을 기대했다간 낭패를 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보험에 가입할 땐 약관을 꼼꼼히 훑어보고 내용을 완전히 이해한 뒤에 들어야 훗날 분쟁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

약관을 볼 때 주의할 점을 비롯해 보험 가입자들이 꼭 알아둬야 할 상식을 보험소비자연맹(www.kicf.org)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약관에 명시된 질병 기준 잘 살펴라=건강보험, 암보험을 들 땐 구체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질병이 무엇인지를 약관에서 확인하도록 한다.

흔히 상품설명서엔 3대 암을 보장한다, 특정 암을 보장한다는 식의 표현이 있는데 보험사별 약관에 따라 3대 암이나 특정 암에 대한 정의가 각기 다를 수 있다.

개개 질병의 정확한 보상 범위도 약관을 통해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어린이보험의 상품 설명서엔 집단 따돌림을 보상해준다는 애매한 표현이 있을 뿐이지만 약관엔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경우만 보장해준다'고 보상 범위가 한정돼 있다.

치매를 보장해주는 효도보험도 많은 회사들이 약관에 '인식불명 상태로 진단을 받은 뒤 1백80일 이상 그 상태가 지속돼야 한다'고 보상 범위를 좁혀 놓았다.

◇입원 안하면 보상 안해주는 보험도 많다=약관에 명시된 질병을 다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 입원하지 않고 통원 치료만 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건강보험도 많다. 약관에 통원 치료비가 지급된다고 정해진 상품만 보상받을 수 있다.

수술비의 경우에도 입원하지 않고 당일 수술한 후 퇴원하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암 수술이라면 대부분 지급하지만 사소한 수술은 수술로 간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건강상태 정확히 밝혀야=보험에 가입할 땐 대개의 경우 5년 이내에 발생한 진단, 치료, 수술, 입원, 약물 복용 등의 내용을 청약서에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병이 나도 보험금을 타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한다. 질병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사람이 가입해서 보험금을 타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또 고액 보험의 경우 보험사가 까다로운 건강검진을 요구하기도 한다. 귀찮게 여길 수 있지만 이 검진을 통과한 뒤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금 지급에 따른 분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장해 등급도 약관에 맞아야 보상받는다=국가의 장애인 판정, 산재보험, 생명보험회사와 손해보험사의 건강보험이 각기 다른 기준에 따른다.

건강보험의 경우 전문의가 발급한 장해진단서를 기준으로 보험사가 약관에 근거해 장해등급을 판정한다. 어떤 등급을 받는지에 따라 보상규모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진단서를 발급받을 때 가능하면 약관의 표현에 잘 들어맞도록 하는 게 좋다.

또 1급 장해가 아니라면 선천성 장해는 보장받기 힘들다는 점도 유의하자. 2급 이하의 장해는 재해사고로 인한 경우에만 보험금이 지급된다. 예컨대 어린이보험에 들었다가 나중에 정신지체로 장해 판정을 받는다 해도 보상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레저보험.여행보험 등은 보상범위 확인하라=레저보험.여행보험.휴일 상해보험 등은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보장범위와 보장기간이 매우 한정적이다.

레저보험의 경우 상품 설명서엔 '특정 여가활동 중 입은 상해를 보상한다'는 식의 설명이 많은데 회사에 따라 보장 범위가 수영과 테니스뿐인지, 골프와 등산도 되는지가 각기 다른 것이다.

보장 기간이 휴일로 한정된 상품들에서 휴일의 범위는 대개 토요일 0시부터 일요일 24시까지다. 최근엔 주5일제가 시행되면서 금요일 18시부터 일요일 24시까지로 확대된 경우도 있다.

◇자살해도 보험금 받을 수 있다=원래는 자살하면 이미 낸 보험료만 돌려주고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약관에 규정돼 있다. 그러나 보험에 가입한 후 2년이 지나면 자살해도 보험금이 지급된다.

보험 가입시 자살 의도를 갖고 가입했다 해도 2년이 지나면 가입자의 심리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규정은 종신보험뿐 아니라 모든 보험에 똑같이 적용된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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