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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게 힘이라고? 하는 게 힘 … 꼴통이 세상을 바꾸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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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오종철(왼쪽)씨와 이영석씨는 ‘꼴통쇼’의 메시지에 대해 “‘아는 게 힘’이 아니라 ‘하는 게 힘’이다. 인생은 변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여기 이상한 토크쇼가 있다. 이 쇼에선 아픈 영혼을 위로하는 모습은 찾기 힘들다. 대신 진행자가 ‘정신 무장’을 요구한다. ‘인생을 깡으로 승부하자’는 뜻에서 무대 앞에 강냉이를 놨다. 툭하면 “즉시, 반드시, 될 때까지”라는 구호를 외친다. ‘국내 최초의 정신 무장 버라이어티쇼’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꼴통쇼’ 얘기다. 진행자는 ‘총각네 야채가게’의 최고경영자(CEO) 이영석씨와 개그맨 출신으로 라디오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MC인 오종철씨다.

 10년 지기인 두 사람은 지난해 2월 “젊은 세대에게 ‘다시 한 번 뛰자’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어” 꼴통쇼를 시작했다. 이들은 꼴통쇼의 뜻을 ‘꼴찌들의 통쾌한 승리’라고 풀이한다. ‘꼴통을 위한 쇼’라는 의미도 있단다. 그들이 말하는 꼴통은 뭘까.

 “꼴통은 정통의 반대말이다. 정통과 달리 사회가 정해준 길을 가지 않는 사람들이다. 꼴통이 세상을 바꾼다. 대표적 꼴통이 스티브 잡스다.” 두 사람의 설명이다.

 꼴통쇼는 매달 두 번 공개로 녹화된 뒤 매주 전용 스마트폰 앱·팟캐스트·유튜브 등을 통해 방송된다. 지금까지 85회가 나갔다. 녹화방송이지만 생방송처럼 진행한다. 제작비가 부족해 후반편집을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NG는 꿈도 못 꾼다.

 꼴통쇼는 ‘꼴통 마스터’라는 게스트를 불러놓고 대담하는 형식이다. 다양한 부류가 마스터로 나오지만 모두 자신의 꿈을 이뤘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스터는 쇼 막판에 방청객 중 한 명을 ‘챌린저’로 뽑아 그에게 ‘미션’을 준다. 미션은 이런 식이다. 한번은 “지금까지 나 혼자서 뭔가를 해본 적이 없다”던 미성년 남학생이 챌린저가 됐다. 그에게 “어른 도움 없이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가 인증샷을 찍어 올리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이씨는 “우리 쇼는 방청객과 시청자의 성취감과 도전을 자극한다”며 “그들을 벼랑 끝에서 밀어뜨려 자신의 날개를 발견하도록 하는 게 의도”라고 설명했다.

 격려나 독려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주는 게 꼴통쇼의 특징이다. 한 방송에선 구직에 연이어 실패해 자살까지 생각해봤다는 챌린저를 이씨는 방송 후 총각네 야채가게의 아르바이트로 채용했다. 이 챌린저는 이후 창업해 열심히 산다고 한다.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88만원 세대’에 대한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두 사람은 “맞는 얘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변을 살피면 도전의 기회는 무척 많다”며 “예를 들면 여행은 준비하는 게 아니라 떠나는 거다. 우리 마스터 중 돈 한푼 없이 기업체 후원을 직접 구해 세계여행을 갔다 온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씨는 “ 좌절부터 하는 청춘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씨와 오씨는 “우리 둘이 즐기기 위해 시작했기 때문에 꼴통쇼로 돈을 버는 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60, 70대가 되면 또 노인 세대를 상대로 함께 나눌 얘기가 있을 것이다. 꼴통쇼는 앞으로도 쭉 계속된다”고 했다.

글=이철재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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